도시계획 전문가, 세종시 수정 찬반 ‘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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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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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도시계획학회 38명 조사
균형발전>행정효율성 65.8%
수정하면 “과학비즈벨트” 최다

정부가 세종시의 개념을 행정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토 및 도시계획 전문가들도 세종시 건설에 대해 원안 추진과 수정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이사 및 감사로 활동 중인 대학교수 82명을 대상으로 세종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자 38명(수도권대 15명, 지방대 23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19명으로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이 학회 회원들은 대부분 도시공학, 건축학, 부동산학 등을 전공한 교수들로 정부가 국토개발 및 도시 계획 등을 수립할 때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바꾸면 국가적 손실” vs “수도권 경쟁력 잃으면 치명타”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그렇다’는 답변이 44.7%(17명), ‘아니다’는 42.1%(16명)로 거의 반반으로 나뉘었다.

한 응답자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수립한 계획안이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변질된다면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응답자는 “일일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한국에서 기능 분산으로 수도권마저 경쟁력을 잃는다면 망국의 길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효율성과 국가균형발전이 충돌할 경우 균형발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65.8%(25명)로 행정효율성(21.1%·8명)보다 우세했다. 세종시 건설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는 국민투표(28.9%·11명)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국회에서 결정’(18.4%·7명), ‘전문가 의견 수렴 후 정부가 결정’(15.8%·6명) 등의 순이었다.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답한 19명 가운데 부처 이전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보다 이전 규모를 줄이거나(42.1%·8명) 이전하지 말아야 한다(31.6%·6명)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세종시에 추가해야 하는 기능(복수응답)으로는 과학비즈니스벨트(12명)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서울대 등 주요대학(10명), 국내외 기업(8명) 순이었다. 세종시는 비즈니스도시로, 충북 오송시는 행정·생명·의료도시로, 대전 대덕단지는 연구도시로 각각 육성해 세 곳을 잇는 첨단 교통수단을 건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도시 건설 목적 분명히 세워야”

전문가들은 세종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려면 도시의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대 도시조경학부 윤철현 교수는 “세종시를 어떤 성격의 도시로 만들지 먼저 정한 뒤 그에 따른 권한을 부여하면 도시가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족기능을 갖추려면 사람들이 일할 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고려대 건축학과 김세용 교수는 “행정부나 연구소 근무자들은 주말에는 다 떠나기 때문에 도시에 사람이 머물게 하려면 대학과 공장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김종구 교수는 “발달한 지역을 정체시키고 낙후된 지역을 끌어올리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므로 발달한 지역을 키우면서 낙후된 지역도 함께 성장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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