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중도실용 핵심부처로 거듭나야”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이재오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위원장을 마패로 생각하고
어사 박문수처럼 일해달라”

이재오 신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30일 “공직사회 전반에서 비리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고쳐야 할 것”이라며 “권익위는 대통령의 중도실용 국정 철학을 구현하는 핵심 부처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권익위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후세에 이명박 정부 공직자들이 가장 깨끗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여러분과 제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을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권력의 부정부패와 싸웠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권력에 의해 각종 비리가 저질러지고 부정부패를 눈감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저에게는 꿈이 있다. 정의롭고 공평하며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권익위 직원의 역할을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에 빗댔다. 그는 “권익위 직원 모두가 어사 박문수가 된 기분으로 일해 달라”며 “위원장이 이재오라는 걸 마패로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또 “그동안 양건 초대 위원장이 일할 수 있는 많은 제도적 틀을 갖춰 놓았다”고 말했다. 양 전 위원장은 8월 “정해진 임기가 남아 있지만 중도 사임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쇄신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한양대 법학과 교수로 복귀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형 비리와 토착 비리, 공직자 비리의 척결과 국민 고충 처리를 좀 제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권익위원장 자리에 원래 뜻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해외에 체류해) 위원장 자리가 비었는지도 몰랐다. 일에 선택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된다면 빗자루로 마당을 쓸어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위원장 임기 3년을 채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잘못이 없어 중간에 바뀌지 않으면 위원장 임기 3년을 채우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기존 국가청렴위, 국민고충처리위, 행정심판위를 통합한 조직이다. 공직자 부패 방지와 대국민 고충처리 서비스가 핵심 업무다.

한편 ‘자전거 전도사’인 이 위원장은 앞으로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서대문구 미근동 권익위 청사까지 8km 거리를 자전거로 출근할 계획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