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의 민주투사, 北과 포옹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 세계언론 “굿바이 DJ”

“한국인 수만명 상복 입고
따가운 햇볕 속 작별 고해”
‘남북관계 개선’ 업적 평가br>北조문단 방문에도 관심

세계 주요 통신과 언론은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경건하게 엄수됐다고 서울발로 긴급 타전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AP통신은 “영결식이 열린 국회 잔디밭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조문객은 민주주의의 수호자이며 남북 화해의 옹호자인 김 전 대통령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서울 도심에서 TV를 통해 생방송되는 영결식을 지켜보는 일부 조문객은 ‘안녕히 가십시오, 미스터 햇볕정책: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민주주의를 몰랐을 것입니다’라고 쓰인 작은 포스터를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AFP는 “검은 상복을 입은 수만 명의 조문객이 따가운 햇볕을 종이로 가리며 김 전 대통령에게 작별을 고했다”며 영결식에서 김 전 대통령을 ‘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도한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사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이 통신은 “한 총리는 ‘고인의 희생, 헌신, 봉사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에서 자유, 인권, 민주주의가 활짝 필 수 있었다’고 칭송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2만여 명의 조문객이 아시아에서 네 번째 경제대국이 된 한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해 싸웠던 독보적인 존재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국회에 모였다”고 타전했다. 이 통신은 “해외에서 고인은 무엇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북한 평양에서 김정일과 나눴던 포옹과 웃음으로 기억되고 있다”며 “이는 남북 정상의 첫 번째 만남이었고 짧았지만 남북간 연대를 이끌어냈다”고 고인을 기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국장으로 치러졌다”며 “국회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등 3만 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6일간의 국장기간에 한국 안팎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찬양하는 목소리들이 넘쳐흘렀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남북관계 개선 등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면서 북한 조문단의 방문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AP통신 보도를 인용해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라고 불리는 고인의 조문기간에 수십만 명의 조문객이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서 그의 전 생애에 걸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기렸다”며 “조문객 가운데는 북한 조문단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남북 간에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중요한 정치적 회동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문단을 통해 남측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방송은 인터넷판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킨 공로로 그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듯이 그의 죽음 또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렸다. BBC는 ‘김 전 대통령이 남북이 긴장완화를 누리는 가운데 묻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결식 전 이 대통령이 북한 조문단을 만난 것은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해빙”이라고 평가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