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따라 자의적 역사해석… 갈등 부추겨”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 역대 대통령 재평가 작업 왜 추진하나
청와대가 역대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키로 함에 따라 국민통합과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접근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좌우 대립 속에서 과거 지도자의 공과가 자의적으로 해석된 측면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헌정사를 바로 세우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역대 대통령의 재평가를 모색하게 된 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서거 이후 정국 상황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임박해오자 정파를 떠나 국가 운영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의 타계가 사회 갈등이나 정치 혼란의 소재로 작동될 가능성에 대한 근본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적 허탈감에 빠질 수 있는 호남 민심을 진정성을 갖고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김 전 대통령의 업적과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기 핵심 과제로 내놓은 지역주의 해소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에 더해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공정하게 평가함으로써 한국 근현대사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지금처럼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통합은 요원한 게 아니냐”며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과거 지도자를 다시 평가하고 이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건설적인 방안을 도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이런 신중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 재평가가 근현대사를 재해석하는 작업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자칫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처럼 좌우 대립이 치열한 상황에서 재평가 주체와 인적 구성, 평가 방식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 등 야당이 재평가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주문하면 이에 적극 화답하는 방식을 취할 방침이다. 정부는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멍석만 깔아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독자적인 재평가 작업을 추진할 경우 청와대의 이 같은 시도가 무위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좌우의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는 중도강화론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정책으로 구현하고 있다”며 “이런 진정성이 받아들여진다면 범국민적인 재평가 작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