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59년 되는 날 ‘핵공격’ 협박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2분


北 노동신문 “핵보복 불소나기, 南에 들씌워지게…”
‘주구-충견’ 도넘은 대남 비방
위기지수 높여 내부결속 속셈

북한이 6·25전쟁 발발 59주년인 25일 남한에 대한 핵 공격을 위협했다. 2차 핵실험 강행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가동 선언에 이어 한반도에 ‘핵 공포’를 조성하며 대외적 압박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남 핵 위협 노골화=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5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논평원’을 등장시켜 미국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확장된 억지력’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 데 대해 “결국 우리의 핵 억제력 보유 명분을 더 당당히 해줄 뿐이며 유사시 우리의 핵 보복의 불소나기가 남조선에까지 들씌워지게 하는 참혹한 사태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논평원은 또 “남조선이 그 우산(미국의 핵우산) 밑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위협하며 남한을 직접 겨냥했다.

이날 ‘핵 보복의 불소나기’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로 남한까지 보복 공격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위협한 첫 번째 사례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의 용도에 대한 명분을 자위적 방어수단→대미 공격수단→대남 위협수단으로 바꿔왔다. 한때는 미국의 공격에 맞선 자위용으로, 최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추구하며 대미 공격용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다 마침내 대남 공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북한이 1970년대부터 핵 개발을 본격화한 것은 남북 간 경제력 격차 확대로 인한 재래식 전력의 남북한 불균형 심화를 메우기 위한 자구책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한은 애당초 한반도에서 군사적 패권을 잡기 위해 핵을 개발했기 때문에 남한을 위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대남 핵 공격 위협은 궁극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명문화된 ‘확장된 억지력’이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반입 등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북한의 선제적 위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 간 핵 위협의 상승 과정에 남한이 볼모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동시에 자극=노동신문은 이날 ‘백악관 장미원(로즈가든)에서의 상전과 주구의 역겨운 입맞춤(이명박 역도의 미국 행각을 평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북한이 비난한 공동비전의 주요 내용은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 구축 △북한 핵 보유 불인정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한반도 통일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무리한 요구수용 불가 발언 등이다.

북한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을 미국의 ‘주구(走狗·사냥개)’ ‘충견(忠犬)’이라고 표현하는 등 대남 비방의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 논평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 대통령을 “상전과 주구, 두 정치초년생”이라고 지칭했다. 특히 이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침략적인 대조선 정책 수행과 반공화국 핵 소동의 앞장에서 춤을 추면서 동족을 마구 물어 제치는 충견”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걸고넘어졌다. 논평원은 “금융제재를 운운하면서 돈줄을 자르면 우리(북)가 위성발사도 핵개발도 못할 것처럼 떠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우라늄 광석만 해도 세계 최대의 매장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내부 선전선동도 노려=논평원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중요한 고비마다 이번까지 네 차례 등장해 대남 비난과 긴장 수위를 높였다. 논평원은 지난해 4월 1일 처음 등장해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구상’ 등 대북정책을 비난했고 5월 30일에는 실용주의를 비난했다. 또 지난해 10월 16일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육로 통행 제한 및 차단을 앞두고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주장하며 위협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경제난과 대외적 고립에 지친 주민들의 불만을 억제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 이상 이후 사회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 노력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신문이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신문인 만큼 대외적 대립 상황을 왜곡 과장해 주민 결속에 활용하는 점을 감안해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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