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통한 남북통일” 이례적 명시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1분


■ ‘공동비전’ 뭘 담았나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양국이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에 입각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범세계적 차원의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까지 추구한다는 청사진을 담았다. 나아가 양국은 궁극적인 남북통일의 지향점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라고 명시했다. 한미 간 ‘가치동맹’의 영역을 그동안 논외로 했던 통일 원칙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양국은 가장 시급한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를 다뤄 나가면서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은 추호의 흔들림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미 정상은 아울러 한반도 방위공약 이행을 위해 한반도와 지역 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물론 여타 지역의 군사력을 통해서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유사시 전술 및 전략 핵무기를 포함한 기존의 ‘핵우산’ 공약에 더해 재래식 전력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한다는 ‘확장된 억지력’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담은 것도 이 같은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과 미사일 폐기’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핵 폐기에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까지 한미동맹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 대북 압박 수위를 한층 올리겠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경우 공동비전은 ‘동맹 재조정을 위한 양측의 계획을 진행해 나감에 있어 한국은 동맹에 입각한 한국 방위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은 지속적이고 역량을 갖춘 군사력으로 이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존의 합의를 존중하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과 한국군의 방위능력 향상 및 준비태세를 점검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비전에 담기진 않았지만 양국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 5개국 간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는 점도 달라진 한반도 안보환경과 국제사회의 대북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6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5개국의 외교적 압력 강화를 시도했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고립된 북한이 한반도 위기 상황을 고조시킬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한 바 있다.

나아가 이번 공동비전 선언은 한미동맹을 좀 더 차원 높은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지도 담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해 파병 요청 등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비전은 ‘한미동맹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과 같은 평화유지와 전후 안정화, 그리고 개발원조 분야에서 공조를 증진할 것’이라고 명시해 앞으로 아프간 파병 등 한국의 자발적 지원 논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확장된 억지력

(extended deterrence)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협을 제거한다는 의미로 전술 및 전략 핵무기를 포함한 ‘핵우산’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미국은 1978년부터 한국에 핵우산 제공을 약속해 왔고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확장된 억지력 개념을 처음 언급했다.

::한미동맹 공동비전

(The Joint Vision for the ROK-US Alliance)

한미동맹을 기존의 군사동맹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선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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