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외투쟁 시한도 끝나고…”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거리 의총이강래 원내대표(마이크 든 사람) 등 민주당 의원들이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6·10민주항쟁 기념집회 불허에 항의하는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거리 의총
이강래 원내대표(마이크 든 사람) 등 민주당 의원들이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6·10민주항쟁 기념집회 불허에 항의하는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6·10이후 국회전략 고심
일부선 “서거정국 끝내야”

10일 오후 1박2일의 장외투쟁을 끝낸 민주당은 “모처럼 시민들과 하나가 됐다”고 환호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도 가세하면서 야권 단일대오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했다. 민주당은 11일 다시 국회로 돌아와 이명박 대통령 사과 등 기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6·10 이후 정국 대응을 놓고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은 강경 노선을 지속해 왔다.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 등에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한 채 국회 문을 여는 것은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 때문이었다. 국회에서 합법적인 대여공세를 벌여야 한다는 온건파들이 적진 않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이 9일 오후 밤샘농성을 선언한 뒤 서울광장으로 나가면서 ‘시한부 장외투쟁’이란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국회를 방치할 경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역풍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 초선 의원은 “대체 여론이 어떻게 어디로 흐를지 알 수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내지 않는 여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한 재선 의원은 “현행법상 불법 점거와 철야농성은 불법이다. 하지만 상대가 야당일 때는 왜 집회를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끝까지 설득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죽음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담은 담화문 하나 내면 수그러질 일을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처럼 원외 투쟁에 매달리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무조건 ‘국회를 빨리 열자’고 주장해 한나라당을 국회 안으로 끌어들어야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빠져나와 진실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정체성과 노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장외집회에 나선 민주당에 대해 ‘길거리 정치’라고 비난하며 조속한 국회 등원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길거리 정치에 몰두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정말 딱하기 짝이 없다”며 “고질적인 가투(街鬪) 습성을 언제 버릴지 정말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민생현안보다는 사회갈등을 부추겨 정국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정략적 발상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국민 선동은 의회정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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