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 끝나자마자… 각목 휘두르고 돌 던지고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지난달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5·30범국민대회’에서 시위대 가운데 한 명이 경찰버스에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5·30범국민대회’에서 시위대 가운데 한 명이 경찰버스에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민노총 등 2600여명 집결
반정부 구호 외치며 도로 점거
경찰 “엄정 대응”… 72명 연행

■ 주말 서울도심 폭력시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달 29일 오후 늦게부터 주말 내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투석전을 벌이는 등 불법 폭력 시위가 이어졌다. 그러나 우려할 정도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 추산 18만 명의 조문객이 노 전 대통령의 노제에 참가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영결식 당일 이후 밤에는 900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다음 날 열린 ‘5·30범국민대회’ 참가자도 2600여 명에 머물렀다.

29일 영결식이 끝난 뒤 8000여 명이 서울광장 인근 태평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이어갔다. 방송차량이 등장해 선동을 시작했고 일부 단체에서는 서울광장 주변에 ‘MB OUT’ 등 반정부 구호가 담긴 유인물을 뿌렸다. 곳곳에는 ‘29일에는 추모, 30일에는 분노’라는 문구가 적힌 5·30범국민대회 안내 포스터도 붙었다. 새벽까지 모여 있던 시위대가 30일 오전 5시 반경 600여 명으로 줄어들자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고 노 전 대통령의 노제를 위해 개방한 서울광장을 다시 봉쇄했다.

경찰은 30일 오전 대한문 앞의 시민분향소를 철거했고 시민추모위원회는 “영결식이 지난 지 하루도 안 돼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추모위는 강제 철거로 쓰러진 천막 등을 그대로 보존한 채 31일 새벽 그 옆에 다시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30일 오후 4시경엔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대학생연합 등으로 구성된 ‘노동탄압 분쇄·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2600여 명이 서울광장과 명동 인근에서 5·30범국민대회를 열고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오후 5시 40분경에는 시위대 100여 명이 차도로 진출해 “이명박 타도”를 외치며 서울광장 인근 도로를 점거했다. 이에 경찰이 경고 방송을 한 뒤 최루 분사기를 뿌리며 진압하자 일부 시위대는 투석전을 벌이고 각목과 삽, PVC파이프를 들고 경찰버스와 경찰관을 향해 휘둘렀다. 경찰은 이날 전·의경 179개 중대와 물포 8대 등 경찰력을 동원했고 현장에서 폭력 시위대 72명을 검거해 연행했다.

31일 오후 6시엔 대한문 앞광장에서 시민 1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 등 각종 추모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고 무속의례에 따른 진혼제, 살풀이 등을 진행한 뒤 오후 9시반 행사를 마무리 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를 6·10항쟁 22주년,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노동계 ‘하투’ 등으로 6월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이들은 현 정권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집회 현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연설문을 읽는 형식으로 집회 참가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하지만 영결식 이후 집회 참석 인원은 예상보다 적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권 타도” 등의 정치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나 일반 시민의 호응은 크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를 ‘제2의 촛불시위’로 연결하려는 등 정치 이슈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행위에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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