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무정부 상태… 비상사태 선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泰 ‘아세안+3’ 정상회의 무산… 현지언론 “모두가 패배한 국치일”
정부 ‘여행자제’ 경보


태국 방콕시내가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태국 정부는 12일 수도 방콕과 논타부리 주(州) 등 방콕 주변 5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병력과 장갑차를 방콕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현지 언론은 최루탄으로 무장한 경찰 1000여 명이 정부청사로 진출하는 것이 목격됐으며, 조만간 강제진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정부청사 안까지 진입해 총리 차량을 부수는 등 시위는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현재 정부청사 앞에서 18일째 농성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단체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이 이끄는 시위대는 주변에 버스 10대를 주차해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경 다시 TV에 출연해 정부는 곧 시위대 진압에 나설 예정이라며 시민들은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피싯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이날 오후 파타야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인 혐의로 아릿만 뽕릉롱 씨를 체포한 데 반발해 정부청사 안에까지 진입해 니폰 쁘롬판 총리비서실장 등 관리 몇 명을 억류하고 총리 전용차량을 파손했다. 일부 언론은 시위대가 장갑차 2대를 탈취했다고 전했다. 이날 방콕시내에 모인 시위대는 4만여 명까지 늘었다.
이에 앞서 11일 반정부 시위대 1000여 명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파타야의 로열클리프 호텔의 유리문을 깨고 난입해 회의가 무산됐으며 태국 정부는 헬리콥터를 투입해 각국 정상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태국 언론은 이날 정상회담 무산에 대해 ‘모두가 패배한 국치일’ ‘국가가 벼랑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12일 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 유의에서 여행 자제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고, 교민과 관광객들에게 시위 현장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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