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기술 아직 못미쳐… 사거리 늘어 위협은 커졌다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4분


1단 추진체는 北 예상과 비슷하게 진행

2, 3단 추진체 속도못내 정상분리 안된듯

발사성공했다면 알래스카 하와이도 사정권

북한의 5일 장거리 로켓 발사는 ‘절반 이하의 성공’에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대포동 1호의 추진체가 발사장에서 각각 180km, 1100km, 1600km 떨어진 곳에 추락했고, 2006년 대포동 2호는 발사 40여 초 만에 발사장에서 수 km 떨어진 곳에 추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로켓의 사거리는 크게 늘어났다. 만일 발사가 성공했다면 미국의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위협할 수준의 사거리를 확보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더욱이 이날 북한이 보여준 로켓 기술력으로는 이보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본격적인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ICBM 아직도 멀다”=전문가들은 이날 북한 로켓은 2, 3단 추진체가 제대로 추력을 내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체의 2, 3단이 분리됐는지, 발사체가 대기권 밖으로 나갔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윤영빈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북한이 ICBM 기술까지 가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도 ICBM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더욱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위성은 특정 고도까지 올리기만 하면 되지만 ICBM은 정확한 지상 목표를 맞혀야 하기 때문에 훨씬 높은 정밀도가 필요하다. 더욱이 특정 고도까지 올라간 ICBM이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로켓의 사거리가 장거리미사일의 기준인 5000km까지 접근했다 하더라도 ICBM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준비 부족’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기술적인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또는 내부적인 선전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발사를 서둘러 강행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로켓 실패 어떻게 파악?=북한은 5일 로켓 발사 후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처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한의 위성 발사가 실패라고 결론 내렸다.

북한은 1000km 이상을 탐지할 레이더가 없어 자신이 쏜 발사체의 궤도를 제대로 추적할 능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NORAD는 지상 레이더망과 지상 3만5000km의 정지궤도에 있는 광학관측위성 등으로 지구 궤도의 물체를 거의 빠짐없이 판별해 낸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성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앞으로 위성이 보내는 신호가 감지되지 않으면 결국 거짓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 3단 추진체의 추락 위치 확인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발사체가 고공에서 떨어질 때 예측한 낙하지점과 실제 지점 사이에 오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위성은 사실상 ‘위장용’이나 다름없어=과학계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에 실렸던 물체가 인공위성이었다고 해도 통신 장치가 실려 있는 조악한 수준의 소형 실험용 위성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양열 전지판, 지상 관측 장비 등 일반 위성이 보유하는 장치는 실려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성은 사실상 ‘위장용’이나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탄두 대신 위성을 탑재했을 뿐 위성기술의 개발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심은섭 박사는 “북한의 목적은 발사체(로켓)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여 탑재된 위성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관련 동영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