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스크’에 내성 강해진 한국경제, 로켓 위기도 뚫을까

《“로켓을 발사했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가 한국 경제의 변수가 될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시점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플러스’는 아니다.”(이화여대 조동호 교수·북한학)》

예고된 악재… 주가-환율 등 큰 충격은 없을듯

국가신인도엔 악영향… 정부 비상대책팀 가동

북한이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한국 경제는 또다시 ‘북한 변수’라는 고질적인 리스크의 시험대에 올랐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2002년 서해교전, 2006년 북한 핵 실험, 지난해 서해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발(發) 악재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내성(耐性)이 강해진 만큼 이번에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도발은 경제위기의 초기 국면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가신인도 하락과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예고된 경제 악재

북한 요인 탓에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크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한국 금융시장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이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미사일 1호를 발사했지만 전날보다 코스피는 5.4포인트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14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는 데 그쳤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이후 10여 차례 북한 관련 사건이 터졌을 때 증시와 외환시장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코스피는 32.6포인트 급락해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보름 남짓 지난 뒤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광주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몇 주 전부터 예고됐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 선(先)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추후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인도 하락, 외평채 발행 부담 우려

우리 경제가 패닉(심리적 공황)에 빠지는 일은 없겠지만 국가신인도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가 등급 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미국의 무디스는 지난달 방한해 평가 작업을 마쳤다. 무디스는 2003년 2월에도 북핵 리스크를 이유로 한국의 향후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2단계 낮춘 바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검토 중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도발이 채권을 발행할 때 위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가산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정부가 이달 중순 이후 외평채 발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국제적으로 큰 동요가 없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악영향이 확대되는 상황으로 번진다면 발행 시기를 늦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사회와 북한이 대결 국면으로 가면 외평채 발행은 물론이고 가산금리, 국가신인도 등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당국자가 참여하는 비상대책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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