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과 회동’ 기사 명예훼손 고소…뿔난 박근혜… 왜?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막후정치 ‘막’자도 안나오게 선제 대응

괜한 오해 받을라… ‘카더라 보도’ 쐐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사진)의 소송대리인인 A 변호사. 그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찾았다. 박 전 대표 명의의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4일 한 인터넷 언론이 ‘이상득 의원이 지난달 말 박 전 대표와 만나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다’고 보도해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었다. A 변호사는 6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신청도 했다.》

“정부와 각 세운다” 억측경계
강연 요청 10여건 모두 거절
조직-자문그룹 활동도 안해
30분 단위로 시간 쪼개가며
각계 인사와 미팅 ‘내공쌓기’
대선 전까지 정중동 모드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사실 관계만 바로잡으면 되는데 박 전 대표가 왜 고소까지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누가 누굴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다더라’는 식의 미확인 보도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이런 보도에 대해 대부분의 정치인은 해당 언론사에 항의 전화를 하고 보도 해명자료를 내는 데 그친다. 고소까지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의 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가 화를 많이 내며 직접 고소를 지시했다”며 “이번 고소의 배경에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스탠스’를 이해할 수 있는 해답이 있다”고 귀띔했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통령선거 이후 측근들에게도 자신의 정치활동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정치의 중심에 서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측근인 L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가급적 침묵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 중심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일일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이 대통령의 구상대로 굴러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전 대표는 ‘막후정치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보도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곡해한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언론을 고소까지 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친이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 측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특유의 ‘원칙론적 발언’으로 정국을 뒤흔들었던 적이 적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말 법안 전쟁 때 ‘속도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청와대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또 이달 초에 쟁점법안 협상 때는 국회 로텐더홀을 찾아 농성 중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하면서 ‘협상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말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의 ‘정치적 원칙’과는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 친이계 K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조용히 있겠다’고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 측 K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모든 일을 당의 공적 시스템에 맡겨두고 지켜본 뒤 그 방향이 잘못됐다고 판단될 경우 중진으로서 최소한의 발언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대선 행보로 오해받을 수 있는 언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얼마 전 각계 오피니언 리더 300여 명이 참석하는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의 특강 요청을 거절했다. 그에게 들어온 10여 건의 다른 강의 요청도 모두 사절했다.

박 전 대표는 다른 대선주자처럼 싱크탱크 성격의 연구소를 갖고 있지 않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의 조직과 자문단도 가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몇몇 측근 의원은 “2007년에도 원칙만 따지다 졌다. 이러다 다음 경선에도 진다”며 걱정한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는 2주에 한 번꼴로 대학교수들과 조찬토론회를 열었다. 올 들어선 서울 시내 호텔과 대형빌딩 비즈니스센터에서 각계 인사들과 매주 10명 안팎을 일대일로 만난다고 한다. 그의 행보는 언론에는 일절 노출되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만나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와 법조계 최고위급 인사, 경제계 대표 등이 두루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어떤 날은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마디씩 던지는 발언은 혼자 생각이라기보다는 여러 조언자의 의견을 수렴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2012년 차기 대선후보 경선 전까지는 이 같은 ‘정중동 모드’를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동아닷컴 이철,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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