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기간 동해 영공 南민항기 안전 담보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北 조평통 성명… 항공사들 항로 긴급 변경

북한이 5일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기간(9∼20일)에 동해상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한국 민간 항공기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위협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과 괴뢰도당의 무분별한 북침 전쟁연습 책동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게 됐다”며 “군사연습 기간 우리 측 영공과 그 주변, 특히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1월 17일 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남북관계가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했다고 주장한 이래 서해 남북 간의 충돌 가능성을 내세우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지난달 24일 대포동 2호 미사일인 ‘광명성 2호’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북한이 이 같은 잇단 군사적 위협에 이어 민간 항공기의 안전마저 위협함으로써 육해공 어느 곳에서든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즉각 북한의 의도 파악에 나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키 리졸브에 대한 항의일 수도 있고,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에 즈음한 고도의 대남 협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일 중 공식 대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북한의 발표 직후 대한항공은 북한 영공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를 안전한 항로로 우회하도록 조치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국토해양부에서 노선을 변경하라는 지침이 나오면 이들 노선 항공기들이 일본 영공을 통과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7월 북한이 미사일 7발을 한꺼번에 시험 발사했을 때에도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는 캄차카 항로를 이용하는 여객기에 대해 한시적으로 태평양 항로로 변경해 운항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1998년 4월 개통된 동해상 북한 영공 통과 항공 노선은 매일 국적기 16편, 외국기 13편 등 총 29편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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