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前대통령 ‘형제 소송’ 2심선 져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법원 ‘1인주주 확인訴’ 각하

대법 판결서 판가름 날 듯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동생이 설립한 회사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며 낸 소송에서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황적화)는 22일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120억 원으로 설립한 오로라씨에스의 실질적 1인 주주는 자신이라며 동생 재우 씨와 조카 호준 씨 등을 상대로 낸 주주지위 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또한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측은 회사의 이사 및 감사의 지위가 없다”며 함께 낸 이사 지위 등 부존재 확인 소송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1월 자택에서 70억 원을, 1991년 청와대에서 50억 원을 재우 씨에게 건네며 자녀들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보라고 한 점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돈에 대해 구체적 관리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고,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위임이 아니라 법률상 ‘소비임치’의 취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임치란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맡기는 행위를 말하는데, 받은 쪽은 이를 마음대로 써도 되지만 맡긴 사람이 달라고 요구하면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결국 동생에게 맡긴 120억 원은 소송 등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회사 전체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인정이 안 된다는 취지다.

노 전 대통령은 12·12쿠데타 혐의 등으로 추징금 2600여억 원을 선고 받자 재산을 빼돌릴 목적으로 1987년 대선 때 받은 불법 정치자금 등 120억 원을 재우 씨에게 맡겼다. 재우 씨는 이 돈으로 아들 호준 씨와 냉동창고업체인 오로라씨에스를 설립했다.

호준 씨가 2004년 회사 소유의 110억 원대 부동산을 자기 소유의 유통회사로 싼값에 매각하자 노 전 대통령은 “조카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해 3월부터 주주지위 확인 등 10여 건의 소송을 냈다.

이 가운데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을 배상하라”며 호준 씨를 상대로 28억9000만 원을 청구한 소송에 대해 수원지법은 9일 “회사 주인을 노 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해 4월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측을 상대로 낸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노 전 대통령이 오로라씨에스의 실질적 1인 주주”라고 판단한 바 있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법적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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