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진상규명이 우선… 책임론 거론 이르다”

  • 입력 2009년 1월 21일 12시 28분


‘제2의 촛불사태 재연’ 우려

청와대는 21일 용산 재개발지역 농성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 벌써부터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등 관련자 파면과 함께 국정조사 카드까지 거론하자 이를 "흠집내기용 정치공세"로 일축하며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질 가능성에 대해 "선 진상규명이다. 상황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따져본 뒤 책임소재를 물어야 하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이 빚어진데 대한 안타까움과 유감을 분명하지만 선후관계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되는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은 김 내정자가 경질되는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날 "사람이 많이 희생돼 안타깝다"며 "앞으로 신속한 사망자 수습과 함께 진상을 철저히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있을 수 없는 인명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시위대가 경찰은 물론이고 상가와 시민들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상황에서 경찰이 신속한 진압작전을 펴지 않을 수 없었던 사정도 있다"며 "사태의 전모를 확인하기도 전에 무조건 문책부터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이런 공식 입장과 달리 내부 일각에선 여론이 악화되면서 책임론이 계속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야당의 공세도 공세지만 사건 발생 첫날 밤 곧바로 경찰의 진압 작전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발생한 점 때문이다.

자칫 지난해 쇠고기 파동 때와 같은 제2의 촛불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책임론도 부담이 되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이날 아침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선(先) 진상규명이 당의 공식입장"이라며 내부 논란을 정리하긴 했지만 전날 지도부에서조차 책임론이 흘러 나온 데다 향후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책임론이 더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검찰 조사 결과와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고로 인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세청장 인선 등 후속 개각도 다소 늦춰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용산 사고 때문에 후속 개각 작업을 하나도 진척시키지 못했다"며 "발표가 조금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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