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회복 중이지만 거동이나 말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요양 중인 곳에서 측근들을 불러 지시하는 ‘병상 통치’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을 대신해 북한을 주도하고 있는 ‘측근 그룹’은 누구일까.
군부와 국방위는 북한의 선군(先軍) 정치를 주창하고 있고, 국방위가 이를 관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 현철해 국방위 상무부국장, 이명수 국방위 행정국장 등 ‘3인방’을 주목한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지난해 4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행사 이후 대외 활동을 중단했던 조 부위원장은 9일 정권수립 60주년 군사퍼레이드에 모습을 나타내 건재함을 과시했다.
현 상무부국장과 이 행정국장은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올해 부쩍 군부대를 자주 찾았다는 점에서 선군 정치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에서는 김 위원장의 매제(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의 남편)인 장성택 행정부장이 핵심 실세다. 장 부장은 2004년 ‘권력욕에 의한 분파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실각됐지만 2006년 복귀해 현재는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중앙검찰소, 중앙재판소 등을 총괄하고 있다.
친인척 외에는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한 김기남 비서, 각각 당과 군사 부문을 담당하는 이용철,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주목을 받는다. 귀순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실질적으로 북한을 움직이는 인사들은 당 조직국 비서,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사실상 4번째 부인이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옥 국방위 과장도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직접 결정을 못한다면 장성택 부장, 김옥 과장, 군부 소수 실세 중심으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국가수반이고 권력 서열도 2위지만 ‘얼굴 마담’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