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엉터리 태극기 나라망신” 분통

  • 입력 2008년 8월 10일 18시 23분


"언론을 통해 알리면 개막식 행사에서는 엉터리 태극기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7일 본보에 이번 올림픽에 사용될 태극기의 문제점을 처음 알려온 태극기 전문가 김호경(50) 씨는 실망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분들마저 태극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 국제무대에서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효'(爻·괘를 이루는 검은색 막대기)의 너비와 간격이 엉망으로 제작된 태극기가 베이징 시내에 나부끼고 있다는 8일 본보의 보도 이후에도 개막식에 이어 최민호(유도) 박태환(수영) 선수의 금메달 시상식에서도 엉터리 태극기가 잇달아 게양됐다.

이날 본보 보도를 접한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개막식 태극기라도 제대로 바꾸기 위해 뒤늦게 부산을 떨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66억 지구인이 엉터리 태극기를 지켜보게 된 셈이다. 이에 포털사이트에는 성난 누리꾼들의 댓글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 현장에 나라의 얼굴인 태극기가 엉터리인 것은 국가적 수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ID 'gratioop'은 "주최국인 중국으로서는 다른 나라 국기를 잘 몰랐을 수 있지만 자기 나라 국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대한올림픽위원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9일 여자 핸드볼 예선전 응원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마저 태극 문양과 4괘가 모두 거꾸로 뒤집힌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는 "대통령도 국기 모양을 제대로 모르니 국제 망신"이라는 의견이 잇달아 올라왔다.

KOC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에 태극기 도안을 넘기면서 제대로 검토만 했다면 이번의 사태는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KOC 관계자는 "국정홍보처로부터 받은 태극기 도안이 실물보다 작아 제작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태극기 의전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안전부 의전담당자도 "해외 행사는 전적으로 외교부 관할"이라며 발뺌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 엉터리 태극기가 올림픽 기간 내내 휘날리며 국가 위신만 떨어뜨릴 판이다.

국기는 그 나라 국민과 역사의 혼이 배어있는 소중한 상징물이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국기 훼손에 대해선 형사처벌하는 법 조항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국기(國基)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이번 엉터리 태극기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후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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