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통령에 욕설 동영상’ 전면 조사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피해학생부모 “인터넷 유포 막아달라” 요청

여행 주선 단체도 조계사 농성단 찾아 항의

경남 마산 창원 지역 초등학생의 ‘조계사 방명록 동영상’ 유포와 관련해 경찰이 전면적인 진상 조사에 나섰다. 본격 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다.

경남지방경찰청은 6일 “2일 ‘인터넷에 방명록 동영상이 유포돼 (학교 쪽이) 피해를 입었다’며 전화 신고를 한 마산 A초등학교 B(61) 교장을 상대로 관할 마산동부경찰서가 7일 피해자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영상 방명록에는 배낭여행을 했던 초등학생 11명 가운데 6명이 다니는 A초등학교 이름이 나온다.

경찰은 “방명록에 글을 적은 학생들의 의사와 달리 동영상이 유포됐으나 이들의 학부모는 동영상 유포를 막아달라는 요구만 했을 뿐 아직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일단 주요 포털과 조계사 촛불 수배자 농성단 블로그에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마산동부경찰서의 한 간부는 “동영상 유포로 피해를 본 해당 학부모에 대한 직간접의 조사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한 향후 수사 등에 대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B 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식 수사 의뢰 여부는 7일 낮 열리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뒤 경찰에 나가 의사를 밝힐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이 문제가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조계사 농성단 관계자가 학생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괜찮다. 비공개이니 방명록에 마음대로 글을 써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배낭여행을 주선한 체험학습단체 대표 C 씨는 이날 동영상 유포에 대해 조계사 농성단을 찾아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창덕궁 인근의 숙소에서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사람들이 모여 있던 농성장으로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다가가면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농성단 관계자는 6일 동영상 관련 학부모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일부 언론의 보도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초등학교 등 마산과 창원 지역 5개 초등학교 3, 4학년 11명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한 체험학습단체가 주관한 서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인솔자는 이 단체 대표뿐이었다.

이 중 일부 학생이 촛불집회 수배자 농성장 앞 방명록에 이명박 대통령을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쓰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파문을 일으켰다.

마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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