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재결집하나…李대통령-李총재 청와대 회동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5일 청와대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오찬 장소인 상춘재로 가기 위해 녹지원 길을 걷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5일 청와대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오찬 장소인 상춘재로 가기 위해 녹지원 길을 걷고 있다. 이종승 기자
李대통령 “뜻 같이하는 정책 도와달라”

李 총 재 “좋은 정책 확실히 협조할것”

정치권 “정국수습 차원 넘어 정계개편 가능성”

靑-선진당 “심대평 총리설 언급 없었다” 선긋기

李총재 “총리-대통령실장 모두 바꿔야” 촉구에

李대통령 “국민정서 고려할것” 대폭 쇄신 시사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15일 청와대에서 2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가운데 1시간 반은 단둘이서만 얘기를 했다. 지난달 20일 이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 회동 당시 독대 시간은 10분 안팎이었다.

17대 대통령선거 승리로 10년 만에 보수 진영에 승리를 안겨준 이 대통령과 ‘보수의 대명사’ 격인 이 총재가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마주 앉은 것이다. 이 때문에 쇠고기 파동 등으로 흐트러진 보수 진영이 재결집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정국수습 차원을 넘어 보수 진영 중심의 새로운 정치판이 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보수의 가치’ 확인=두 사람은 촛불시위를 불러온 쇠고기 문제를 국회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18대 국회 개원에 불응하고 있는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간접 압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 총재를 극진하게 예우했다. 취임 후 국내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총재를 한옥 건물인 상춘재로 초대했다. 이 총재를 마중 나와 상춘재에 이르는 오솔길을 따라 2분여 동안 단둘이 산책하기도 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허심탄회하게 긴 시간 동안 얘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진정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두 차례에 걸친 이 총재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 “야 3당이 공조 중인데 한 분만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 총재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자 “죄송하다. 제 불찰이었다”고 정중히 사과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촛불시위 정국을 ‘선(先)체질강화, 후(後)국정쇄신’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 아래 보수 진영의 재결집을 꾀하고 있다. 친박근혜계 복당 문제 해결로 한나라당을 정비했다면, 이 총재와의 회동으로 범보수 진영의 결집을 이끌어내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인적쇄신에 영향 미치나=청와대는 차기 국무총리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유력한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심 대표를 총리로 앉힐 경우 ‘지역안배와 국민통합’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범보수 진영 결집과 충청권 확보라는 정치적 이득을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이날 회동에 대해 심대평 총리 기용을 위한 사전 이해 구하기 성격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자유선진당은 ‘심대평 총리설’에 대해 이날 회동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가 총리와 대통령실장 동시 경질을 촉구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 하겠다”고 화답한 것은 두 사람 경질과 인적 쇄신의 폭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쇠고기 주장하다 발목 잡힐까…”=이날 이 총재가 “자율 규제로는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으며 국민 설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를 너무 주장하다가 자동차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다른 부문에서 발목을 잡히는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내가 욕을 얻어 먹어보니까 (그중 일부에서는) 진정성이 전해지더라”며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고성장 정책으로는 현재 어려운 상황을 풀어갈 수 없기 때문에 물가를 잡는 데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며 당분간 물가 안정 위주의 정책 기조를 펼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대기업은 규제를 풀어주면 스스로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육성에 더욱 중점을 두려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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