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다툼, 지역대결 치닫나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2분


호남권 “임무교대 필요”

수도권 “호남정당 안돼”

차기 당권을 둘러싼 통합민주당 내부의 경쟁구도가 호남 의원과 수도권 의원 간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옛 민주당계는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이 민주당을 지탱하는 최대 자산임이 다시 확인된 만큼 ‘호남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親)손학규 계열의 인사들이 많은 수도권 의원들은 “호남당으로 전락하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똑같이 26석씩을 얻었다.

옛 민주당계로 분류되는 박주선 당선자는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옛 영화를 찾기 위해선 세대교체, 임무교대가 필요하다. (그동안) 말만 떠들어댔지 국민에게 느낌을 준 게 없다”며 당내 권력지형의 재편을 촉구했다. 김충조 최고위원도 최근 “지도부 구성에 호남이 역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옛 열린우리당 출신이 많은 수도권 의원들의 호남권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우리(수도권 당선자)는 총선에서 ‘시산혈해(屍山血海·시체의 산과 피의 바다)’를 뚫고 이 자리에 왔는데 호남 쪽은 후방에서 편하게 전쟁을 치른 분들 아니냐”며 “그동안은 선거 때문에 참았지만 이제 참을 이유가 없다. 논쟁을 해보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석현 의원도 “호남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짙어지면 안 된다. 당을 먹여 살리는 건 결국은 수도권이다”고 잘라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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