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친박 金배지 59명… 뭉치면 정국 캐스팅보트
李대통령 국정운영 사안별 지지-비판할 듯
당권 도전땐 정몽준 최고와 맞대결 불가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그는 9일 밤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총선 결과를 확인한 뒤 카메라 앞에서 연방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대구 달성 지역구 선거에서 88.6%의 득표율로 이겼다고 그렇게 웃었겠느냐”며 “그의 웃음이 정국에 어떤 변수가 될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절반의 성공’을 얻는 데 그쳤지만, 박 전 대표는 대구 지역구에만 머물면서도 “살아 돌아오라”는 말로 30명 가까운 당 밖 친박근혜계 출마자들을 당선시키는 돌풍을 일으켰다.
○ 확실한 캐스팅보트 확보
총선 공천을 앞두고 박 전 대표 측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원내외 핵심 친박 세력 88명의 공천 희망 명단을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들 중 38명만 공천을 받자 당내에는 ‘총선 후 박 전 대표 세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 일각에서 “박근혜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공천 탈락자들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를 구성해 출마하고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파업’을 하면서 심정적으로 이들을 지원하자 친박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결국 투표 결과 당내 친박 33명(비례대표 3명 포함, 박 전 대표 제외), 친박연대 14명, 친박 무소속 12명 등 총 59명의 친박 인사가 당선됐다. 정당 규모로 치면 통합민주당에 이어 제3당에 해당한다. 이들이 뭉칠 경우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확실하게 쥐게 된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외 친박 당선자들과도 끈끈한 유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0일 대구 한 식당에서 이해봉 이인기 성윤환 정해걸 등 친박 무소속 당선자 4명과 약 40분간 만나 “수고했다. 국민들이 아주 현명하고 무섭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그는 당외 친박 당선자 26명이 11일 대구 사무실로 당선 인사를 올 수 있도록 허락했다. 박 전 대표는 당외 당선자들의 복당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표심 잘 읽고 당 운영해야’
박 전 대표는 10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자택으로 당선 인사차 방문한 친박연대 박종근 당선자에게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 표심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반영해 (당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 당선자가 전했다. 한 측근은 “경선 패배 이후 지금까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끌려 왔지만 지금부터는 박 전 대표가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 의원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옳으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건전한 비판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당내 친(親)이명박 대통령 계열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중 일부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친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거부하고 탈당 후보들에게 ‘살아 돌아오라’고 하는 바람에 한나라당 후보들이 낙선한 것 아니냐”며 “이제 ‘외도’를 끝내고 당 밖 친박 인사들과의 관계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친박연대 등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 박근혜-정몽준 빅 매치 이뤄질까
당초 측근들이 구상했던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프로젝트에는 ‘당권 도전’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통상 임기 초에는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대통령이 쥐기 때문에 공(功)에 대한 평가를 나누기보다는 과(過)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친박 당선자의 복당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의원들로 선거를 치를 경우 세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총선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측근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출마 가능성이 70% 이상”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10일 라디오방송에서 “박 전 대표가 흔들리는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원도 그걸 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경우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정몽준 최고위원과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박 전 대표와 초등학교 동창생인 정 최고위원은 아직 당내 기반은 없지만 ‘이재오’라는 당권 후보를 잃은 친이 계열이 힘을 실어줄 경우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친이 측 박희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정 최고위원이 당권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그런 여건이 형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친박근혜계 당선자 | ||
| 구분 | 당선자 | |
| 한나라당(지역구 30명+비례 3명) | △서울 이혜훈(서초을) 진영(용산) 이성헌(서대문갑) 구상찬(강서갑) 김선동(도봉을)△인천 구본철(부평을) △경기 김영선(고양 일산서) 유정복(김포) 황진하(파주)손범규(고양 덕양갑) 김태원(고양 덕양을) 함진규(시흥갑) 김왕규(시흥을)김성수(양주-동두천) △부산 서병수(해운대-기장갑) 현기환(사하갑) 허태열(북-강서을) 허원제(부산진갑) 이종혁(부산진을) △대구 주성영(동갑) 유승민(동을) 서상기(북을)△경북 김성조(구미갑) 정희수(영천) 최경환(경산-청도) △울산 정갑윤(중)△경남 김학송(진해) 안홍준(마산을) △충북 송광호(제천-단양) △강원 이계진(원주)△비례대표 임두성 김옥이 이정현 | |
| 친박연대(지역구 6명+비례 8명) | △경기 홍장표(안산 상록을) △부산 박대해(연제) △대구 홍사덕(서) 박종근(달서갑)조원진(달서병) △경북 김일윤(경주)△비례대표 양정례 서청원 김노식 송영선 김을동 정하균 정영희 노철래 | |
| 친박 무소속(12명) | △인천 이경재(서-강화을) △경기 한선교(용인 수지) △부산 김무성(남을) 유기준(서)이진복(동래) 유재중(수영) △대구 이해봉(달서을) △경북 김태환(구미을)이인기(고령-성주-칠곡) 성윤환(상주) 정해걸(의성-청송) △경남 최구식(진주갑) | |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