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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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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 10%P 넘는 13곳서 1, 2위 역전
16.2%P 앞섰다던 후보가 10.3%P 차이로 패배한 경우도
출구조사 응답률 낮으면 조사치-투표결과 다를 가능성 높아
《4·9총선을 앞두고 각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이 여론조사 금지 시한인 2일까지 실시한 수많은 조사 결과를 쏟아냈다. 이 수치들은 실제 총선 득표율과 얼마나 들어맞을까. 역대 총선을 돌아보면 적중률이 신통치 않다는 게 정답이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금지 시한부터 총선일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총선은 지역에 따른 돌발변수가 많고 조사 시점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여론조사-투표 결과 제각각
본보가 2004년 17대 총선(4월 15일)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1, 2위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이었던 선거구 가운데 당락이 뒤바뀐 곳은 13곳이었다.
서울 종로에서는 그해 3월 31일 TNS 조사에서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가 41.2%로 한나라당 박진(30.0%) 후보를 11.2%포인트 차로 따돌렸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588표 차로 이겼다.
서울 동대문을도 3월 30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가 25.2%에 그쳐 40.8%의 지지율을 기록한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에게 큰 폭의 열세를 보였지만 선거 결과는 홍 후보의 승리였다.
전남 목포에서는 미디어리서치가 3월 31일 실시한 조사에서 열린우리당 김대중 후보가 민주당 이상열 후보를 16.2%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표에서는 10.3%포인트 뒤졌다.
2000년 16대 총선(4월 13일) 당시 서울 은평갑에서도 총선 20일 전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손세일 후보 36.6%, 한나라당 강인섭 후보 27.1%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거 득표율은 강 후보 43.5%, 손 후보 37.7%로 뒤집혔다.
여론조사 못지않게 정확한 표심 파악에 애를 먹는 것이 선거 당일 출구조사다.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를 100m 이상 벗어난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하지만 당일 오후 6시 공표되는 조사 결과와 오후 10시 전후로 확인되는 선거 결과가 뒤바뀌는 일이 반복됐다.
KBS는 17대 총선 투표가 끝난 2004년 4월 15일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예상당선자를 보도했다.
“종로에서는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가 현역인 박진 의원을 눌렀고, 동대문을의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을 꺾은 것으로 보이며, 인천 남동갑의 열린우리당 이강일 후보가….”
243개 지역구에서 196명의 후보가 통계오차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2위 후보를 따돌렸다고 했다. 그러나 종로 동대문을, 인천 남동갑 등 6개 선거구의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KBS는 오차 범위 안의 경합지역으로 분류했던 47개 지역구 가운데 13개 지역구에서 1위와 2위의 순서가 바뀌었다.
이런 오차가 누적되면서 열린우리당의 예상의석은 큰 차이로 어긋났다. KBS는 157∼182석을, MBC는 155∼171석을, SBS는 172석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압도적 승리라는 예상과 달리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조금 넘긴 152석을 얻는 데 그쳤다.
○ “당분간 달라지기 어렵다.”
총선 여론조사 결과가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선과 달리 지역별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이 지역구별로 500명 정도에 불과해 오차 범위가 넓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대선 여론조사와 달리 지역별·연령별·성별 비례에 따라 적확한 표본을 추출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데다 투표율이 낮은 탓도 있다.
김정혜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이사는 “총선은 일주일 안에도 지역에 따라 판세가 바뀔 수 있다. 사전 여론조사가 투표 결과를 정확히 맞혀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무리다”고 설명했다.
1996년부터 허용된 출구조사도 구조적으로 부정확한 예측을 잉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에게서 ‘진심’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고령층은 투표율이 높았지만 출구조사 조사원이 “누구를 찍었느냐”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야당 지지자는 답변을 꺼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분위기는 고령자의 야당 지지가 맞물린 선거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를 낳았다. 1996년 ‘자민련 바람’을 못 읽었고, 2000년에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선전을 과소평가했다.
아직 공개된 바는 없지만 출구조사를 요청받은 유권자 가운데 몇 %나 답변했는지를 말해주는 응답률이 낮다면 이 역시 조사치와 실제 결과를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성공회대 최영묵(신문방송학) 교수는 “여론조사 조사원의 능숙함, 유권자가 정치지향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여건 등 정확한 출구조사에 필요한 구조적 요인들이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17대 총선(2004년 4월 15일)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 (단위: %) 선거구 여론조사 기관 후보 여론조사 실제 투표 서울 종로 TNS(3월 31일) 박 진(한) 30.0 42.8 김홍신(우) 41.2 42.1 서울 동대문을 한국갤럽
(3월 30일)홍준표(한) 25.2 42.7 허인회(우) 40.8 41.4 서울 영등포갑 미디어리서치
(3월 30일)고진화(한) 20.1 36.7 김명섭(우) 36.3 35.1 서울 영등포을 코리아리서치센터
(4월 1일)권영세(한) 24.0 43.0 김종구(우) 36.4 41.3 서울 송파을 미디어리서치
(3월 30일)박계동(한) 22.6 48.9 김영술(우) 39.4 43.3 서울 강동갑 한국갤럽
(3월 30일)김충환(한) 31.6 46.9 이부영(우) 44.0 43.1 부산 서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유기준(한) 28.2 44.5 최낙정(우) 38.9 30.3 부산 북-강서갑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정형근(한) 28.3 50.7 이 철(우) 43.3 43.0 대구 중-남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곽성문(한) 30.4 62.7 이재용(우) 36.3 33.2 인천 연수 TNS(3월 30일) 황우여(한) 27.0 46.8 고남석(우) 39.5 41.7 인천 서-강화을 코리아리서치
(3월 31일)이경재(한) 19.9 46.9 신동근(우) 34.3 38.5 경북 구미을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김태환(한) 34.6 53.4 추병직(우) 39.9 39.6 경남 거제 TNS(3월 31일) 장상훈(우) 28.0 33.1 김기춘(한) 24.8 42.6 충남 보령-서천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김명수(우) 36.3 29.2 류근찬(자) 19.9 38.4 충남 논산-금산-계룡 TNS(3월 28일) 양승숙(우) 40.1 38.8 이인제(자) 19.3 44.1 충남 홍성-예산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홍문표(한) 22.2 32.0 임종린(우) 24.6 20.5 전남 목포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김대중(우) 44.3 40.0 이상열(민) 28.1 50.3 전남 나주-화순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문두식(우) 33.2 36.4 최인기(무) 27.2 41.3 전남 해남-진도 한국갤럽
(3월 28일)민병초(우) 23.7 38.8 이정일(민) 20.0 54.2 전남 무안-신안 미디어리서치
(3월 31일)김성철(우) 34.2 38.5 한화갑(민) 32.0 56.0 (한): 한나라당 (우): 열린우리당 (민): 민주당 (자): 자유민주연합 (무): 무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