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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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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일부 당직자는 무소속 지원
4·9총선에서 ‘피아(彼我)’ 구분이 헷갈리는 이상한 선거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수도권 출마자 6명은 1일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촉구하며 얼마 전까지 동지였던 사람들의 선거운동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를 공개했다.
서울 노원갑 현경병 후보는 “친박연대 후보가 (나에 관한) 명백한 허위날조 사실들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이를 지역의 유권자에게 퍼 나르며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후보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일부 회원이 지역에 와서 (친박연대 후보를 돕는)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서울 은평갑 안병용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당협위원장의 사무국장은 아예 통합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간부를 맡아서 민주당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모는 2일 경남 사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 촉구 및 낙선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1일 통화에서 “한나라당 공천 파동 및 내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이 사무총장은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박사모 회원들이 합법적인 낙선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방호 후보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는 이날 발표된 조선일보-SBS 여론조사 결과에서 각각 35.7%와 30.5%의 지지도를 기록해 접전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재오 후보가 출마한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서도 지난 대선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외곽 조직이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갑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임성락 후보는 이날 통화에서 “제대로 된 정당에서 공천자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9일 이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민주당 김원기 공동선대위원장, 정대철 상임고문, 김호진 전 당 쇄신위원장이 격려차 다녀갔기 때문이다.
임 후보는 “김 선대위원장은 낙천자 사무실은 들렀지만, 내 사무실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외면했다. 민주당원으로 중랑구 의회선거에 당선된 구의원들이 내가 아닌 이 후보를 돕고 있다”며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해당(害黨)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당직자는 뒤죽박죽이 된 선거 상황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을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며 “다른 사람에게 물어 달라”면서 즉답을 피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