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오보’ 기상청에 ‘먹구름’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李대통령 “뭐든 빠르면 좋은줄 알고…” 뼈있는 질책

거듭된 기상 예측 오보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기상청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29일 국가보훈처 업무보고가 시작되기 전 관계자들과 차를 마시다가 대뜸 “오늘 일기예보 틀렸네”라고 말했다. 당초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날은 밤늦게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이날 새벽부터 비가 왔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오보를 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뭐든 빠르면 좋은 줄 알고…”라며 기상청에 대해 ‘뼈 있는’ 지적을 했다.

기상청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지적은 21일 환경부 업무보고에서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과거 기상청이 기상예보율이 낮은 원인을 슈퍼컴퓨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슈퍼컴퓨터 도입 이후 예측률이 더 나빠졌다”며 “혹시 슈퍼컴퓨터에 걸맞은 고급 인력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앞으로 유의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상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잘못된 기상 예측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A 씨는 “기상청이 바람이 불지 않고 파도가 높지 않다고 예보하면 실제로는 주의보 상황이고, 비가 내리고 주의보 상황이라고 알리면 실제와는 전혀 다른 날씨”라고 꼬집었다.

B 씨는 “기상청이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뒤 오히려 기상예보가 더 맞지 않고 있다”며 “차라리 곤충의 움직임이나 노인들의 말을 잘 듣는 게 적중률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예보는 자연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에 100% 완벽함이란 없다”며 “예보 정확도는 지금보다는 높아져야 하지만 아무리 투자해도 인간은 90% 정도만 맞힐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올해 들어 대형 기상 오보를 낸 것은 모두 8회다. 1월 10일에는 “11일 낮부터 비나 눈이 오겠다”고 예보했으나 11일 아침부터 폭설이 내려 서울대와 서강대 등 대입 정시모집 논술고사에서 지각생이 속출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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