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군 정신나간 핵무기 관리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대만에 헬기 배터리 대신 ICBM 기폭장치 보낸 뒤 2년간 몰라… 中, 美에 항의

미국 공군이 대만과 무기 거래를 하면서 주문받은 헬기용 배터리 대신 핵탄두를 탑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기폭장치 부품을 보냈다가 1년 7개월이 지나서야 회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러시아의 핵 기술 유출 위험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스스로는 무기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윈 공군장관이 25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사건 경위는 이렇다.

2005년 3월 미사일 신관(信管)이 담긴 길이 83cm, 지름 48cm의 원통형 컨테이너 4개가 와이오밍 주 공군기지에서 유타 주의 공군 군수창고로 옮겨졌다. 컨테이너들은 보안등급이 부여되지 않은 공간에 보관되다 2006년 8월 대만으로 보내졌다.

2007년의 어느 시점엔가 대만 관리들은 미국 측에 주문한 헬기용 배터리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통보했지만 미국 관리들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1년에 4차례씩 물품 점검이 있었지만 신관이 없어진 사실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주에야 미 관리들은 미사일 신관을 잘못 보냈음을 발견하고 이를 급히 회수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미국이 대만에 미사일 관련 부품을 판매한 사실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구체적인 정황을 중국 측에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미국 정부에 대만과의 군사적 접촉이나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 공군이 대만에 보낸 부품은 미니트맨 전략 핵미사일의 기폭장치에 쓰이는 신관으로 1960년대에 설계된 구형이며 그 자체로는 핵물질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 대만 측은 이를 만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 공군은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말에는 장거리 폭격기 B-52가 핵무기를 장착한 줄도 모르고 36시간 동안 미국 본토를 종단해 비행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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