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그룹 민심수습 촉구 “공천 반납도 각오” 배수진

“李부의장 물러나세요”
한나라당의 총선 출마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이번 공천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총선 후보 사퇴를 주장했다. 박경모 기자

■ 한나라 출마자 55명 ‘이상득 불출마’ 요구

한나라당 총선 출마자 55명이 23일 정부 조각과 공천 결과에 대한 청와대 및 당 지도부의 사과와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큰 파장을 예고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당내 권력싸움과는 관계가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 초기 조각(組閣)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이 민심이반을 가져왔고, 공천에서 탈락한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이 탈당해 ‘친박연대’로 수도권에 후보를 내면서 총선 가도에 ‘겹비상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기자회견 동참자는 당초 28명으로 발표됐으나 이날 저녁 55명으로 불어나는 등 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21명, 경기 11명, 인천 5명, 강원 2명, 부산 4명, 경남 4명, 충남 2명, 충북 2명, 광주 1명, 전북 2명, 제주 1명이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정부와 당이 잘못을 시정하고 민심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공천 반납도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점화된 이번 ‘거사’에 처음 의기투합한 사람은 7, 8명으로 K, C, K 씨 등 ‘이명박 직계’가 절반이었고, 나머지는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계열의 L, H 씨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은 ‘권력투쟁’으로 비칠 우려 때문에 합류를 머뭇거렸다는 것.

특히 23일 논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고 이 부의장 측에서 ‘만류 요청’이 들어오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동참해 불씨가 살아났고 이런 상황은 청와대와 이 의원 측에 비공식 경로로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 의원과 ‘친이명박계’의 핵심인 정두언 의원 세력이 힘을 합쳐 이 부의장 측에 맞서는 ‘권력투쟁’의 산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첫 명단 28명 가운데 의원의 상당수는 이 의원 계열이고, 원외 인사 중에는 정 의원과 가까운 ‘친이’ 인사가 다수 포진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지역구에서 문국현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을 이 의원이 이 부의장과 함께 ‘동반 불출마’라는 카드를 통해 총선 민심을 한나라당으로 돌리는 동시에 사후를 도모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기자회견 동참자 명단

▽서울(21명)=공성진(강남을) 이수희(강북을) 권택기(광진갑) 박명환(광진을) 현경병(노원갑) 정두언(서대문을) 진수희(성동갑) 정태근(성북갑) 김효재(성북을) 박영아(송파갑) 김용태(양천을) 안병룡(은평갑) 정양석(강북갑) 김성식(관악갑) 고경화(구로을) 안형환(금천) 장광근(동대문갑) 강용석(마포을) 김동성(성동을) 이계경(송파병) 유정현(중랑갑) ▽경기(11명)=차명진(부천 소사) 박종운(부천 오정) 박찬숙(수원 영통) 이진동(안산 상록을) 심재철(안양 동안을) 윤건영(용인 수지) 백성운(고양 일산동갑) 정재학(광명갑) 허숭(안산 단원갑) 원유철(평택갑) 정용대(안양 만안) ▽인천(5명)=김해수(계양갑) 이상권(계양을) 조진형(부평갑) 구본철(부평을) 홍일표(남갑) ▽강원(2명)=이계진(원주) 황영철(홍천-횡성) ▽부산(4명)=정태윤(남을) 김희정(연제) 안경률(해운대 기장을) 오세경(동래) ▽경남(4명)=김정권(김해) 신성범(산청-함양-거창) 김재경(진주을) 이군현(통영-고성) ▽충남(2명)=김태흠(보령-서천) 이훈규(아산) ▽충북(2명)=송태영(청주흥덕을) 심규철(보은-옥천-영동) ▽광주(1명)=이가연(북갑) ▽전북(2명)=정영환(김제-완주) 최재훈(덕진) ▽제주(1명)=부상일(제주을)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