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짐 싸는 관가 “자리가 잡혀야…”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합치고… 흩어지고… 부처들 연쇄 이사 불가피

서로 “먼저 나가라” 조율 안돼 업무공백 우려도

옛 금융감독위원회와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이 합쳐진 금융위원회가 14일 예정이던 정례회의를 4일 취소했다.

○여의도-과천 두 집 살림도

금융위 측은 “긴급한 안건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 안팎에서는 “옛 금감위 출신은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고, 옛 재경부 금융정책국 출신은 여전히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두 집 살림’을 하면서 금융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조직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개편 대상이 된 부처들은 사무실 이전을 위한 ‘이사날’도 잡지 못한 상태다. 이사와 인사가 늦어지면서 업무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이사가 늦어지는 것은 ‘네가 먼저 나가라’는 부처별 주장이 조율되지 않아 주요 부처들이 두 집 살림을 하고 있기 때문.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옛 기획예산처가 옛 재경부와 합치기 위해 과천청사로 오려면 법무부가 먼저 방을 빼야 하고, 법무부가 이사하려면 환경부가 나가야 하고, 그러려면 보건복지가족부가 서울 종로구 계동의 옛 해양수산부 사무실로 먼저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예산처 출신 기획재정부 직원들은 그대로 서초동 청사로 출근하면서 강만수 장관이 주재하는 간부회의 때 옛 예산처 1급들만 과천으로 왔다가 돌아가고 있다. 재정부는 대변인 등 급한 자리만 인사를 한 상태.

옛 해양부의 수산 업무를 넘겨받은 농림수산식품부는 과천청사 3동 지하에 임시 사무실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양부 출신 직원들이 계동의 옛 해양부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부서 내 업무 공조가 잘 안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농림수산식품부 자체도 과천청사 내에서 3동에서 2동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있던 교육인적자원부와 과천청사에 있던 과학기술부가 합쳐진 교육과학기술부도 주요 회의를 다음 주로 미뤘다. 두 집 살림 상태에서 4일에는 김도연 장관이 업무 파악을 위해 과천으로 가기도 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과장급 이하 직원 인사가 다음 주에나 있을 것 같다. 직원들 대부분이 일손을 놓은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말 동시 이사할 수밖에”

청사 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3월 중에 이전하라”는 포괄적인 지시만 내렸을 뿐 아직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 문제가 복잡해지자 이사를 해야 하는 17개 기관 실무자들은 4일 행안부에서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5일에는 과천청사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10여 개 기관 실무자들만 따로 모일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양창호 관리팀장은 “주말에 부처들이 동시에 이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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