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 뼈있는 발언 “뒤에서 수군대는 일 없어져야”

  • 입력 2008년 1월 2일 02시 52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새해 첫날인 1일 한나라당 당사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잇달아 열린 시무식에서 던진 발언을 두고 당과 정부 부처가 발언의 진의를 따지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 공천 잡음에 대한 경고?=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당 시무식에서 “앞으로 5년을 잘한다고 하는 것은 결코 저 혼자서 될 수는 없다”며 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당선인은 “어느 누구도 당당히 밝은 표정으로 나와야지 뒤에 숨어서 수군수군하는 것은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태안에 두 번 갔는데 거기서 봉사하는 분들을 보니 전라도, 경상도 그런 것이 없다. 나이 구분도 없고 계파도 계보도 없다. 뒤에서 수군수군거리는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음만 살짝 바꾸면 좋을 것 같다. 열린 마음으로 정말 잘해서 5년 후에 한 번 더 해야지, 잘해서 연장해야지, 꼼수를 갖고 연장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당선인이 언급한 ‘수군거리는 사람’이 박근혜 전 대표 측과 강재섭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공천 관련 독대 대화 내용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향후 5년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총선에서 과반수 승리를 거둬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공천이라는 밥그릇 싸움을 하려는 데 대한 경고가 아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당선인이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공천 시기를 대통령 취임(2월 25일) 이후로 늦추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면서 ‘수군거리는 사람’ 발언이 공천 잡음을 두고 한 말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당선인이 공천 시기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당헌에 규정된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구조 개편 앞둔 사전 경고?=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자기 부처의 이해가 잘 (반영)되지 않으면 돌아가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내가 잘 안되면 언론에 흘려서 기사가 나오게 하는 이런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당선인은 또 “여러분이 두 달간 권력 있는 사람과 인연 맺고 그 덕에 뭐가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희망이 없다”고도 했다.

이 당선인은 “우리는 늘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가 됐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지금부터 제대로 하면 된다”며 “우리도 10년 안에 세계 7대 강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졌다. 목표를 달성해 가야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존재를 보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1980년대 경제불황을 겪던 미국의 한 업체가 직원들이 쓸데없이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실 문의 위아래를 잘랐다는 일화를 소개한 뒤 “여러분은 정초에 여기서 왜 만났느냐. 적당히 하루를 보내려면 하루 쉰 것만 못하다”고도 했다.

공무원들은 이날 이 당선인의 발언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할 정부구조 개편을 앞두고 군기를 잡기 위한 ‘사전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역대 인수위에서 일부 공무원이 부처이기주의에 빠져 정보를 유출하거나 로비를 벌였던 관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업무기강을 초반부터 다잡으려는 의도라는 풀이도 나왔다.

한 부처 공무원은 이날 통화에서 “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에게 한 말이라지만 정부구조 개편이란 태풍을 눈앞에 둔 모든 부처 공무원에게 던진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취임식 中-日 문화행사 추진…준비위원장 박범훈씨 내정▼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행사를 계기로 한중일 동북아 화합의 한마당이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박범훈 중앙대 총장 측 관계자는 1일 “중국과 일본의 문화·예술단체를 초청해 취임 행사를 한중일 동북아 화합의 장(場)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수일 전 박 총장을 취임준비위원장으로 내정했으나 박 총장 측에서 총장직에 전념하겠다며 고사 의사를 밝히다가 ‘취임 행사를 품격 높은 행사로 만든다’는 전제 아래 위원장직을 수락하기로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촬영 : 이종승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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