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토론 네거티브로 흘러” 鄭 “1대1 붙는 맛 있어야지…”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후보 6명 첫 TV 합동토론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첫 TV 합동토론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대선 후보들. 오른쪽부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후보 6명 첫 TV 합동토론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첫 TV 합동토론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대선 후보들. 오른쪽부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 첫 TV토론 후보들 표정

6명의 대선후보는 6일 첫 TV 합동토론회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가장 공세적인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였다. 작심한 듯 모두발언에서부터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명박 후보를 몰아세웠다.

특히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조발언 시간 대부분을 BBK 관련 등 이 후보 비판에 할애해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명박 후보를 비판했다.

이명박 후보도 반격했다. 정 후보를 겨냥해 “개성공단은 현대아산에서 일을 진행했는데 노무현 정부에 와서 좋은 것은 자기가 다 했다고 하고, 인기가 좀 떨어지니 다른 데로 가서 당을 다시 만들고, 너무 좋은 데만 골라 다니시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대북관을 비판한 데 대해 “상항에 따라 이런 저런 소리 하면 국민 신뢰를 모을 수 없다”며 “무늬만 보수지 진짜 보수가 아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을 반박하면서 “이명박 후보님, 반공투사 모습 같다”고 이름을 잘못 말하자, 이명박 후보는 “제가 아닙니다”라고 정정을 하기도 했다.

스튜디오 밖 대결도 뜨거웠다. 이회창 정동영 후보 측 관계자들이 토론회를 지켜보는 후보 대기실은 얇은 칸막이로 나눠져 있어 얘기가 다 들릴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 측과 정동영 후보 측은 연설이나 논쟁을 끝낼 때마다 “잘했어” “좋았어”를 연발하며 경쟁하듯 박수를 쳤다.

방송사 건물 밖에서는 토론회가 진행되는 내내 각 후보 측 지지자 1500여 명이 모여 진영을 짜고 지지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이명박 후보는 “조금 아쉽다. 토론이 네거티브로 흘러 국민이 보기에도 민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나의 신념과 비전을 설명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는 “일대일로 붙는 맛이 있어야지. 진검승부를 해야 되는데 목검으로 베어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전문가 관전기

6일 열린 17대 대선 후보 첫 TV 합동토론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수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숙명여대 양승찬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질문 항목이 적은 데다 한 후보가 기조발언을 하고 나머지 5명의 후보가 차례로 반박하는 토론 구성 때문에 특정 후보의 정책 기조를 일관성 있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특히 역동성이 떨어지고 다소 지루한 토론회였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영수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선거 토론의 핵심이 공정성과 형평성이라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형평성을 강조하다 보니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방대 김영호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토론회가 너무 딱딱하게, 박진감 없이 진행돼 재미가 없었다”며 “후보 간 논쟁도 별로 없었고, 대북 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후보들이 정책 비전이나 자신의 이해도를 보여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후보는 자신이 문제해결형이라는 점을 보여 주었고, 이회창 후보는 원칙과 논리에 충실했고, 정동영 후보는 정책에 해박한 점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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