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군부 인사들 만나겠다”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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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앞두고 “우라늄농축 짚고 넘어가야” 압박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사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9일 “북한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었고, 관련 장비가 있다면 어떻게 처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UEP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인지, 과거의 프로그램인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다음 달 3일 방북하면 그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며 “신고 대상에는 핵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과 시설, 그리고 핵 물질이 다 포함된다”고 했다.

그는 “개성공단 사업 등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 확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하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엄청난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해결 못하면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가 3∼5일로 예정된 평양 방문에 앞서 UEP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최근 열린 북-미 양자 대화에서 북한이 UEP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신고서에 해당 내용을 포함시킬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는 대북 강경파를 중심으로 정보당국을 통해 파악된 알루미늄관이나 원심분리기 도입에 대해 부인하는 북한의 태도에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힐 차관보 등 온건파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

6자회담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방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신고서 초안이 거의 완성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의장국인 중국이 다음 달 8일 6자 수석대표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을 겸한 협의를 한 뒤 회견에서 “우리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에)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면 방북 기간에 군부 인사를 만나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김 부상이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 내 일부 군부 강경파의 저항을 직접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비핵화 전망에 대해 “지금껏 이뤄진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낙관적이지만 앞으로 이뤄질 일을 생각하면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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