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집권할 경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세(減稅)를 추진하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현 정부의 조세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하면서 효율적으로 세금을 쓰는 ‘용세(用稅)’에 치중할 것으로 분석됐다. 본보가 조세정책 전문교수 자문단 8명과 함께 두 후보의 조세 분야 공약과 발언을 분석해 집권 후 어떤 세금정책을 펼 것인지 예측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평가는 자문단이 9개 항목에 답한 내용을 각각 1∼5의 지수로 계량화했다. 1에 가까울수록 현 정부의 세제 기조를 유지하며 세금을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5에 가까울수록 감세를 추진할 것이라는 의미다. 자문단은 세금 감면이나 세율 완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지수 1), ‘그렇지 않다’(2), ‘보통이다’(3), ‘그렇다’(4), ‘매우 그렇다’(5)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 결과 이 후보의 전체 평균지수는 4.0, 정 후보는 3.1로 평가됐다.》
○ 두 후보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 관련 세금 견해차 커
조세정책 중에서는 기업의 법인세 완화를 놓고 이 후보와 정 후보가 가장 큰 견해차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법인세 완화를 적극 추진할 것(4.9)으로 예상됐지만 정 후보는 법인세를 줄일 가능성이 많지 않은 것(2.1)으로 관측됐다. 8명의 교수 중 7명이 이 후보의 법인세 완화 가능성을 5로 봤다.
안경봉 국민대 교수는 “친(親)시장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이 후보는 최고 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는 대신 세원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어 법인세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정 후보는 법인세에 대해 이렇다할 언급이 없어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교수들은 이 후보가 소득세도 적극적으로 완화할 것(4.0)으로 봤다. 반면 정 후보는 그렇지 않을 것(2.1)으로 예측했다.
김완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 후보는 불필요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세원을 양성화하는 대신 소득세율은 인하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소득세 과표를 조정해 세율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정 후보는 이 후보의 감세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고, 소득세 인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율을 낮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도 이 후보는 적극적으로 완화할 것(4.0)으로, 정 후보는 현 세제 기조를 유지할 것(2.6)으로 전망됐다.
오윤 한양대 교수는 “이 후보는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와 거래세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 틀을 유지하면서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서만 부분적인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저소득층 세제 지원은 두 후보 모두 적극적일 것
이 후보와 정 후보는 모두 중소기업과 빈곤층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분야는 이 후보와 정 후보가 3.6이었으며, 중소기업의 상속·증여세 완화도 3.9로 같았다.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특정 중소기업 분야가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인 육성을 위해 감세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 상속·증여세 완화에 대해 이준규 경희대 교수는 “정 후보는 혁신적 중소기업에 대해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약속했고 이 후보도 비슷한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금 감면에는 정 후보(3.8)가 이 후보(3.6)보다 다소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근로자의 소득공제 확대에는 이 후보(3.8)가 정 후보(3.5)보다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교수들은 내다봤다.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는 “정 후보는 서민금융 활성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고 분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집권 후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후보도 장애인용 차량에 대한 특별소비세 면제, 취득·등록세율 인하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류세와 관련해서는 ‘세율 20% 인하’를 공약한 정 후보가 4.4였으며 ‘10% 인하’를 내건 이 후보는 4.0이었다. 하지만 이전오 교수는 “유류세의 세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집권 후 이 문제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 후보가 감세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공약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주장했다.
금융거래세 강화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반대할 가능성(3.9)이,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정 후보는 찬성할 가능성(2.0)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후보별 조세정책 공약
이명박 소득공제 폭 확대… 유류세 10% 인하
정동영 유류세 20% 인하… 파생금융 거래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당 경선이 진행 중이던 7월 총 12조6000억 원의 감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세 개혁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우선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7조 원 규모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임기 중 두 단계(25%→22%, 22%→20%)로 인하하고 중소기업 최저 세율도 10%에서 8%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에 대해서는 세율 완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등록세와 취득세를 통합해 보유세 세율을 인하하고 1가구 1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는 대폭 감면해 주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근로자 주택 마련을 위한 소득공제와 근로자 교육비 및 의료비 공제를 확대하고 유류세도 10% 인하하며 택시용 액화석유가스(LPG)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도 면제키로 했다.
그 대신 고의적 탈세에 대한 가산세율을 현행 40%에서 100%로 인상하는 등 행정력을 탈세 방지에 집중하겠다고 이 후보는 공약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이 후보의 감세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세금을 잘 걷어서 효율적으로 쓰는’ 용세론(用稅論)을 내세웠다.
무조건 세금을 줄이는 것보다 서민과 저소득층, 중소기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조세 체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특히 서민 생활비 부담 절감을 위해 유류세율 20% 인하를 공약했다. 동시에 이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선물과 옵션 등 파생금융시장에 0.1%의 거래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 후보 측은 “파생상품 시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는데도 거래세를 매기지 않는 것은 주식현물시장에 0.3%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을 감안하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현 정부의 세제 틀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다. 다만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한해 부분적인 양도세 감면을 검토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10년 이상 일자리를 유지하는 중소기업의 상속·증여세 감면과 고용증대 특별세액공제의 도입을 공약했다. 특히 혁신적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전액 면제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유류세 30% 인하와 환경세 신설을 공약했으며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부동산 관련 세금 완화 등 대폭적인 감세정책 기조를 천명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임기 중 부유세, 사회복지 목적세 등을 걷어 35조 원의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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