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방북 일정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남포에 있는 평화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서는 '준마'라는 이름으로 생산되는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승용차에 시승해 조작을 시도했다.
'부르릉'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 준마 승용차. 노 대통령은 변속기를 'D'에다 놓고 가속기를 살짝 밟아보았지만 차는 요지부동이었다.
때마침 옆에 있던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직접 운전석 내부를 살펴보기까지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운전해본 지 오래되고 깜깜한 게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런 장면을 지켜보며 가장 마음을 졸였던 곳은 다름 아닌 평화자동차였다.
노 대통령의 방북 일정 하나 하나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마당에서 시승차가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비친 것은 회사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남포 공장을 방문한 당일 평화자동차 홈페이지(www.pmcgroup.com)에는 엄청난 수의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결국 서버가 멈춰 버리고 말았다.
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머물면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이 장면을 TV로 지켜봤고 10일 평양에 들어가자마자 공장을 찾아 시승차가 왜 움직이지 않았는지 원인 파악에 나섰다.
조사결과 시승차 해프닝은 차량 기계고장이 아닌 청와대 경호실의 요청으로 공장 측이 사전에 브레이크 잠금장치를 고정해놓은 때문으로 드러났다는 것.
청와대 경호실은 노 대통령의 방문 직전 공장을 찾아와 시승차의 시동이 걸리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공장 측에 브레이크 잠금장치를 고정해놓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박 사장은 노 대통령의 공장 시찰을 안내했던 량정만 공장 지배인으로부터 브레이크 잠금장치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13일 전했다.
박 사장은 "준마의 구조를 보면 브레이크 잠금 레버는 운전석 왼쪽 아래에, 해제 레버는 운전대 바로 왼쪽에 각각 붙어 있어 경험이 많은 운전자도 해제 레버를 한 번에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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