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국정 상황을 꿰뚫어 보는 능력과 북한체제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남북 정상회담 뒷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인상’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노 대통령은 “나도 국정의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저 정도면 기억하기 어려운 일인데’ 소상하게 국정의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었다. 놀라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자기들의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란 의사표현을 아주 분명히 했다”며 “아주 인상적이었고, 과연 ‘진짜 권력자답다’란 생각이 좀 들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제외한 북한 지도층에 대해서는 “경직성이 너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3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인상에 대해서는 “‘고난의 행군’ 시대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만만치 않은 나라, 여간해서 쓰러지지도 굴복하지도 않겠구나’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이틀째인 3일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면서 기립박수를 친 것은 참모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직접 결정한 것이라며 공연 끝 무렵 다른 수행원들과는 달리 자신이 박수를 친 경위를 자세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북쪽의 인심을 얻어야 하나, 남쪽의 인심을 얻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여기까지 온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 걸음인데 와서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본전 찾고 가자면 북쪽의 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수쳤다”고 했다. 권양숙 여사에게 ‘당신은 치지 마시오’라고 해 권 여사는 박수를 안 쳤는데 “현장에서 수만 개의 눈알이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박수를 안 쳐 민망해서 곤란했다고 불평을 엄청 하더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평양에) 다녀와서 여론조사 지지도가 많이 올랐다”며 “약발이 얼마나 가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일단 올랐으니까 당분간 또 까먹을 수 있는 밑천이 생겼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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