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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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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참가국들은 28일 연내에 북한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등 3개 핵시설에서 핵심 부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불능화를 마무리한다는 내용 등을 담을 공동성명 작성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북한은 연내 불능화 이행에 대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 중인 국내 정치적 사정을 들어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고 있어 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리고 있는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참가국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중간에 다양한 양자(兩者)협의를 벌여 불능화와 신고 시한 및 방법에 대해 조율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숙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신고 초안을 가져오면 그것으로 논의를 한 뒤 연말에 최종 신고를 하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며 “의장국인 중국이 29일쯤 초안을 회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대 걸림돌은 연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제2차 북-미관계 정상화실무그룹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에 따르는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등의 정치 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삭제하기로 한 특정 날짜와 때가 정해졌다는 것은 부정확한 것”이라며 “명단 삭제를 위해선 법률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비핵화가 더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미 간의 견해차는 이후에도 평행선을 걸었고, 북-미는 회담 개막 전날인 26일부터 여러 차례 양자협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북측 조선신보는 27일 “핵시설 불능화는 조선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게 할 때 취하게 될 조치”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28일 “북한의 요구로 그 문제의 이행시간표 작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제네바 합의 내용을 이행하겠다”고만 답했다.
▽신속한 불능화, 그러나 복구까지 1년은 걸려야=반면 한반도 비핵화의 전체 과정에서 볼 때 폐쇄(shut down)와 폐기(dismantlement)의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불능화(dis-ablement)에 대해서는 완결성보다는 신속성을 추구하겠다는 공감대가 있다. 힐 차관보는 “대신 불능화는 핵시설을 재가동하려 해도 최소한 12개월 이상은 걸리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불능화 대상은 5MW 영변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곳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방식은 원자로의 핵연료봉 구동장치 등 핵심 부품을 제거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북한이 제안한 2단계 신고=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영변 3개 핵시설에만 국한해 신속하게 불능화를 하는 방안을 받아들인 대신, 신고는 2005년 9·19공동성명과 올해 초 2·13합의에서 명시됐듯 ‘모든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하지만 북한은 27일 전체회의에서 신고를 2단계(two steps)로 나눈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서는 1단계 신고 시 러시아와 파키스탄 등에서 들여온 고강도 알루미늄관과 원심분리기 등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과는 무관하다는 정도로 연내 신고 의무를 벗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무기급 플루토늄(50∼60kg 생산 추정)을 언제 얼마나 생산했으며, 핵 물질을 그동안 어떤 용도로 얼마나 사용했는지, 또한 궁극적으로 현재 보유한 기술로 핵무기 몇 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신고는 다음 단계로 돌리려는 전술로 풀이된다.
베이징=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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