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도 떠나도… 신당 경선엔 깊은 상처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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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성라자로마을 내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성라자로마을 내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당 중진 대책 숙의정대철 상임고문과 김근태 문희상 김원기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 등 대통합민주신당 중진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방송토론회 불참과 칩거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손 전 지사의 조속한 경선 복귀를 촉구했다. 김동주 기자
당 중진 대책 숙의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근태 문희상 김원기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 등 대통합민주신당 중진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방송토론회 불참과 칩거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손 전 지사의 조속한 경선 복귀를 촉구했다. 김동주 기자
■손학규 오늘 거취 결정… 경선 중대기로

《조직·동원 선거 등 구태정치에 대한 투쟁을 선언하며 이틀 동안 대선 경선 일정을 중단했던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거취를 밝히기로 함에 따라 회견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일각에선 손 전 지사가 경선 포기 등 중대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지만, 측근들은 “경선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자 구도땐 ‘도로 열린우리당’ 전락

당 중진까지 나서 경선 지키기 안간힘

孫, 중도포기 않고 국면전환 노릴 듯

밀약설vs연대설 갈등 앙금은 그대로

▽“내일 아침에 보자”=19일 자택에서 칩거했던 손 전 지사는 20일 오전 7시 40분경 부인 이윤영 씨와 함께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택을 나섰다. 부인의 마티즈 승용차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해 손수 운전했다.

손 전 지사는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성지에 들러 잠시 묵상을 했다. 오전 10시경엔 경기 화성시 남양 성모성지에 도착해 10여 분간 산책했으나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견학 온 초등학생들에게 둘러싸여서는 “(여기는) 옛날 천주교 신자들이 천주교를 전파하다 박해당해서 그걸 추모하는 성지”라고 설명했다.

남양 성지를 떠난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7시경 성라자로마을에 나타나 기자들에게 “오늘 마지막 기도를 하고 내일 아침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귀가했다.

그러나 그는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하기 전에도 며칠간 지방에 머문 직후 탈당을 결행한 바 있어 그의 경선 포기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측근들은 “사퇴는 아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촬영:김동주 기자

▽중진들의 ‘손학규 살리기’=이날 문희상 유인태 이미경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등은 마포구 한 호텔에서 당 중진모임을 갖고 “당권을 매개로 선거운동에 나서는 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며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촬영:김동주 기자

또 당 지도부는 손 전 지사가 경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면 경선 판 전체가 깨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20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손 전 지사 측 요구를 받아들여 당 국민경선위원회에 공정경선위원회를 곧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손 전 지사 측은 “상대 후보 쪽에서 무더기로 삼계탕을 대접하고, 승합차 등을 지원해 주는 방법으로 선거인단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의 득실=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탈당 파문에 이어 이번 경선 일정 중단으로 유약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 대신 조직·동원 선거를 이슈화하면서 ‘경선을 살리고 손학규를 살려야 한다’는 당내 여론을 형성한 것은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또 ‘공정 경선 투쟁’이 결실을 맺어 약화 조짐을 보이던 당 안팎의 지지세를 다시 모을 수 있다면 반전의 전기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경선구도 향후 전망=만약 손 전 지사가 경선을 포기할 경우 경선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간의 ‘맥 빠진 양자구도’가 될 뿐만 아니라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국민적 비판 앞에 경선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미 동원 경선 논란과 ‘정동영-김한길 당권 밀약설(說)’, ‘손학규-이해찬 연대설(說)’ 등이 맞물리며 경선 자체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극단적 이전투구에 빠진 상태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당 지도부와 중진 등이 손 전 지사의 요구대로 불공정 경선 조사를 다짐하고 나섰고, 손 전 지사도 이를 명분삼아 경선에 복귀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경선 중단으로 격화된 주자 간의 감정싸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 전 지사 측 김부겸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 전 의장이 당권을 매개로 김한길 의원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른바 ‘김한길 그룹’ 의원 14명이 각각 선거인단 1만 명 이상씩을 정 전 의장 측에 모아주는 대신 정 전 의장은 김한길 의원에게 당권을 주고 그룹 의원들의 차기 공천도 챙겨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 측 유시민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정동영 김한길 두 분은 열린우리당을 망친 주역들이다. 실제 그렇게 당권 거래를 하고 경선을 치르겠다면 우리당에 이어 신당도 망치게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 측 김현미 대변인은 “악의적 마타도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진 최초 발설자는 정계 은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의장 측은 또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이 호남 출신 정 전 의장을 배제한 양자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역공했다. 김 대변인은 “손학규-이해찬 양 캠프 의원들의 만남이 목격됐다. 두 후보 연대론의 배경에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호남 후보 배제론이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촬영:김동주 기자

이날 정 전 의장 측 이용희 국회 부의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자신의 지역구인 옥천-보은-영동에서 선거인단을 무더기로 버스로 동원해 충북지역 경선에서 정 전 의장의 압승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 “내가 사람을 동원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즉각 정계 은퇴 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버스떼기’ 의혹을 제기한 이 전 총리 측 김종률 의원을 겨냥해 “못난 국회의원 녀석이 자기 지역구에서 투표율이 낮으니까 지어낸 말”이라고 호통 쳤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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