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대통령… 무능한 참모들…레임덕 자초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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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곤혹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춘추관 입구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청와대 곤혹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춘추관 입구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잇단 측근 비리 청와대 책임론 확산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신정아 게이트’ 연루 확인을 계기로 측근 의혹이 불거졌을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언론을 비판하고 측근 감싸기에 나섰던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변 전 실장과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사건 등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의혹”(8월 31일 PD연합회 창립 20주년 축사), “꼭 소설 같다”(3일 44회 방송의 날 축사)고 비판했다.

청와대 내 감찰반장 격인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은 ‘권력형 비리’ 의혹까지 제기된 변 전 실장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조차 없이 ‘문제없다’고 보고했다. 정 전 비서관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퇴임해 자체 조사가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이 이끄는 홍보수석실은 그동안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화살을 돌리고 맹비난까지 했다.

▽노 대통령, 대국민 사과는 뒷전=변 전 실장과 정 전 비서관 사건은 청와대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만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임기 말이지만 노 대통령은 측근 단속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통해 권력 이양을 준비하기보다는 특정 대선주자를 비판하는 등 대선 판의 한중심에 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참여정부에 게이트는 없다”고 자부하며 각종 의혹과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언론의 흠집 내기라며 언론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왜곡된 언론관과 성찰이 없는 데서 비롯된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11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난감하게 됐다. 참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심경을 밝혔지만 “꼭 소설 같다”는 발언 등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범여권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흠집 내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해 여전히 대선에 몰두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무능한 민정수석실=“변 전 실장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한계가 있었다.” 전 민정수석은 10일 변 전 실장의 신정아 씨 비호 의혹을 시인하면서 무능력을 드러냈다. 청와대 참모 가운데 대통령비서실장에 이어 2인자이자 노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정책실장의 ‘입’만 믿고 단순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민정수석실의 무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 전 비서관이 건설업자와 부산국세청장 간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도 민정수석실은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의 구속 시점(8월 9일)에서야 알았다. 그 무렵 민정수석실은 검찰에 “정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해도 되겠느냐”고 ‘문의’했고,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이 뇌물수수가 이뤄진 자리에 있었지만 돈을 받은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변하자 서둘러 사표를 수리했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정확한 보고를 하기 위한 자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정 전 비서관의 신병을 정리하는 데만 급급했다.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9월 전효숙 씨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됐다 낙마할 때도 ‘대형 사고’를 쳤다. ‘헌재 소장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선출한다’는 규정을 민정수석이 파악하지 못하고 전 씨를 민간인 신분으로 만들어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무효라는 위법 논란을 자초했던 것.

▽막말 일삼는 홍보수석실=홍보수석실은 8월 30일 ‘참여정부에는 실세가 없다’는 제목의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변 전 실장과 정 전 비서관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맹비난했다.

홍보수석실은 권력 실세의 비호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이름을 대 달라. 그 사람이 실세인지 아닌지 가려 주겠다”고 비아냥거리며 언론 보도를 ‘뒷다리 잡기’식으로 폄훼했다.

‘청와대브리핑’은 다른 글에서 “보도를 흉기로 휘두른다. 사회적 신뢰를 파괴하는 자해행위”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부당한 공격으로 규정해 역공부터 하고 보는 ‘청와대브리핑’은 노 대통령과 참모들을 ‘집단최면’으로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자의든 타의든 민정수석실과 홍보수석실만 믿고 변 전 실장의 ‘거짓말’을 여과 없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파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천 대변인은 변 전 실장의 의혹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편 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대변인으로서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진실을 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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