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프간 정상에 기대 안했다"

  • 입력 2007년 8월 7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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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미국-아프간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탈레반에 양보할 수 없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탈레반의 대응과 석방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정부는 인질사태와 관련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간 '양보불가' 합의와는 무관하게 지금까지 기울여온 인질석방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적신월사(赤新月社: 회교국의 적십자사) 등 국제적으로 명망 있고 이슬람권에서 존중받는 비정부기구(NGO)의 중재와 안전보장을 전제로 한 대면접촉을 탈레반 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유엔의 안전보장을 전제로 대면접촉을 갖자는 탈레반 측의 요구는 유엔의 입장 등을 감안할 때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대안으로 NGO 중재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적신월사 등 국제적인 NGO를 통한 중재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유엔과 달리 외교적 문제의 소지가 적을 뿐 아니라 이슬람 사회에서의 동정여론을 확보하는데도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NGO나 양측이 공감할 수 있는 저명인사의 중재 및 안전보장 하에 탈레반 측과 접촉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탈레반과의 대면접촉 문제는 현재 아프간 정부를 통해 논의하고 있으며 NGO의 중재를 통한 접촉 방안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아프간 정부는 물론 사회적 분위기가 오는 9일 열리는 아프간-파키스탄 지르가(부족장회의)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르가 이전에 접촉이 성사되면 좋겠지만 그 이전에 접촉이 성사되지 않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갈등만 증폭될 경우 NGO 중재방안의 유효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유엔의 안전보장이 있으면 아프간 정부의 영역 안에서도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유엔은 이미 탈레반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바 있기 때문에 탈레반이 개입한 문제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상황이다.

미국-아프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국인 인질 21명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 양보할 수 없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담에서 `수감자 맞교환을 결정해라'고 촉구해 온 탈레반의 대응이 주목된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한인 피랍사태와 관련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잔인한 탈레반이 이번 사건으로 고무돼서는 안된다며 두 정상은 "(인질) 석방 협상에 있어서 (납치범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정상회담 직전 아프간 AI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회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회담과 무관하게 정부는 지금까지의 무사귀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의료진이 탈레반 요구에 따라 5일 가즈니주 카라바그 사막지역에 두고 온 항생제와 진통제, 비타민제, 심장약 등 1천200달러 이상의 의약품이 무장세력에 전달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무장단체 측이 받겠다고 했던 것인 만큼 피랍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해 의약품이 피랍자들에게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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