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화 성명서 전문

  • 입력 2007년 7월 20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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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믿고 주물럭대는 경선, 들러리로는 참여 안한다”

검증위원회가 사실상 후보 검증을 포기하고 판단을 언론과 국민에게 맡겼다. 두 후보는 ‘해명의 장이니 역전의 장’이니 하며 마치 대단한 일이 터질 듯이 얘기했다. 이제 검증 끝났으니 나는 깨끗하다 할 참이다. 정말 낯 두꺼운 사람들이다. 검증위원장도 회의적인 시각을 감추지 못하는 후보 검증 청문회는 이미 맥이 빠져버렸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무기인 검증위원회는 유명무실해졌다. 이명박, 박근혜 이름을 따서 청문회를 ‘MP 청문회’라고 한다고 한다. 다른 말로 ‘면피 청문회’라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길래 위원장이 청문회 하루 전에 저런 얘기를 했을까? 스캔들에 관심을 두듯 그저 그게 궁금할 뿐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펴봤다. ‘국민사기극’, ‘정치쇼’라는 국민의 비난 앞에 할 말을 잊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유신에서 시계가 멈춰버린 후보는 구국이라는 일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버지의 도덕성에 모든 것을 넘겨 버렸다. 설마 그랬겠냐는 것이다. 2002년 탈당 명분이 뭐였는지는 차라리 얘기하지 않는 게 좋았었다. 지금 한나라당이 어떤 모습인지를 설명할 길이 없어졌다. 모 가수처럼 군대 다시 가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기침부터 시작한 후보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냥 모르쇠도 아니다. 정황에 대한 기억과 추측은 다 얘기하면서 사실 관계는 모르겠다고 한다. 상식 이하다. 국민들한테 공부 좀 하고 의혹 제기하라고 얘기할 판이다. 모든 알리바이는 죽거나 없는 사람한테 맞춰져 있고 수십 번 만나서 이것 저것 상의해 놓고, 실제로는 관여한 게 없다고 한다. 그게 바로 ‘관여’이고 ‘영향력’이다.

이후보는 한편에선 검증청문회에 참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지율 하나 믿고 당과 국민을 들었다 놨다”한다. 구태도 이런 구태는 해외 토픽감이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TV토론회에 불참하기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통보한 뒤, 언론에 TV토론 불참 속보가 뜨자 마자, 조건이 맞는다면 참여할 수도 있단다. 웃긴다. 사실상 경선 불참 선언이며, 심각한 해당행위이다.

한나라당의 경선은 대한민국의 어떤 선거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참담한 수준이다. 초반부터 국민경선은 포기했고, 의원들을 줄 세우기 안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선언은 그저 선언으로 끝났으며, 자해공갈단을 동원한 두 후보간 계파싸움이 되었다. 최소한의 수준에서 정해진 경선규칙은 바지 저고리다. 아직도 선호도 조사인지 지지도 조사인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공천권 협박으로 줄 세워진 당원들을 동원해 정책토론회도 파행으로 점철되었다. 한나라당은 없다. 정책 변화는 수용하지 못하고, 경선은 제멋대로다. 그들에게 한나라당은 없었다.

후보들의 비협조, 검증위 무력화를 얘기하는 위원장에게 “전 다 했거든요, 조금 부실한 면도 있지만 쟤보단 나아요.” 선생님한테 고자질 하는 유치원생 수준이다. 완전히 기만이고 수준미달이다. 이 사람들을 믿고 당의 운명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이제는 불쌍할 따름이다. 검증위원회의 “검증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이후보의 주장을 요청으로 받아들여 토론회 등 공식적으로 정한 경선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한다. 이런 경선을 국민정당, 민주정당, 전국정당의 경선이라고 말 할 수 있나? 아니 말 한다고 믿어 줄 사람이 있나?

발목 잡는 정치 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주변 정세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누구도 관심 없다. 국민들은 미래를 원하는데, 하는 모양새는 낡고 낡은 구태다. 지지율로 보면 대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길 것인가 라는 질문에 이젠 명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공작이다 모략이다” 얘기하지만, 지금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은 후보의 도덕적 자질과 ‘내용 없는 공약’, ‘진흙탕 개싸움’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대세론이라는 마법’에 걸렸던 한나라당은 지금 또 다시 마법에 걸렸다.

공식선거일정을 불과 며칠 남겨놓고 “정해진 규칙을 재고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정치 풍토에 실망을 넘어 참담함과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한 사람은 자유당 시절로 돌아갔고, 또 한 사람은 5.16 구국혁명을 붙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들러리다. 대세론 믿고 주물럭 대는 경선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정략적인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생명, 평화, 행복의 시대정신을 갖고 ‘내가 행복한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했던 고진화는 이 시간 이후로 들러리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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