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서포터스가 한 일”…李측 “꼬리자르기 하나”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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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오른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캠프 내에서 불법에 연루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오른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캠프 내에서 불법에 연루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李초본’ 부정발급에 운하보고서 유출까지…

“서포터스가 한 일이다.” vs “꼬리 자르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의 외곽조직인 ‘마포팀’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부인 및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과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박 전 대표 측과 이 전 시장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홍사덕 선거대책위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 결과 캠프 내에서는 불법에 연루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 캠프는 깨끗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공동 대변인은 “박 전 대표 캠프의 막후 실력자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캠프 내에서는 아무런 불법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고 맞섰다.


▲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김동주 기자

○ 홍윤식 씨는 서포터스인가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의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박 전 대표 캠프 외곽조직 마포팀의 팀장 격인 홍윤식 씨에 대해 홍 위원장은 ‘서포터스’라고 했다. 서포터스는 박 전 대표 캠프와 직접적 연계 없이 자발적으로 박 전 대표를 돕는 사람들을 말한다. 홍 위원장은 “서포터스는 설정한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통제할 수 없는 그룹”이라고도 했다.

홍 위원장은 “1000여 개로 추산되는 서포터스 그룹에 박 전 대표는 ‘어둠 속에 숨겨진 비리를 들춰 내 보이기 위해서라도 결코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 박 대변인은 “홍 씨는 오래전부터 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박 전 대표의 뜻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홍 씨가 10년 가까이 박 전 대표를 도와 온 것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캠프에서도 홍 씨가 박 전 대표의 세 확장에 기여한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각계 인사 3600여 명을 규합해 올 2월 최대 외곽조직인 ‘한강포럼’을 출범시켰다. 지난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때 홍 씨는 10여 명의 캠프 위원장 중 하나인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캠프에는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들르며 주로 외곽에서 활동했지만 캠프 직함을 갖고 활동한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이 불거지기 직전 위원장 직에서 해촉됐다.

○ P 교수는 자문교수 그룹 좌장

홍 위원장은 김현중 씨에게 운하 보고서 입수를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P 교수에 대해 “선대위원장인 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P 교수는 (캠프에서 행정개혁특별위원장) 임명장은 받았지만 서포터스 그룹과 캠프의 중간 정도 위치에 있는 직능본부 산하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 박 대변인은 “홍 씨와 함께 2, 3년 전부터 의원들을 만나 박 전 대표 지지를 부탁해 온 P 교수는 자문교수 그룹의 대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몸통을 꼬리로 둔갑시키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면 ‘도덕성 간판’은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P 교수는 매주 한 차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리는 조찬 자문교수단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등 박 전 대표 자문교수 그룹의 좌장 역할을 맡아 왔다. 이 모임에는 박 전 대표 캠프 소속 의원들도 5명 정도 참여한다.

다만 P 교수는 정책 개발에 참여하기보다는 정치 활동에 치중해 일부 자문교수 및 정책분야 의원들과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 역시 이번 사건으로 파문이 일면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 마포팀은 보조 대선 캠프

홍 위원장은 마포팀에 대해 “중요하다면 내가 한 번쯤 가 보지 않았겠느냐. 가 본 적도 없는 팀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포팀은 올해 초 경선 캠프가 꾸려지기 전부터 사실상 박 전 대표의 보조 캠프 역할을 해 왔다. 홍 씨가 이끌어 온 마포팀은 P 교수를 비롯해 박 전 대표 측 인사 20∼30명이 드나들며 대선 전략을 수립하던 곳이다. 캠프가 꾸려진 뒤에는 마포팀이 각계 인사 접촉과 자문교수 그룹 관리 등을 맡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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