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영변원자로 가동 중단]“테러국 해제” 美에 상응조치 요구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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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하던 비핵화를 비로소 행동으로 실천한 첫 번째 이정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5일 북한의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중단 조치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 뒤 “앞으로 이뤄질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불능화를 가속화하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이날 북한 외무성은 “향후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은 미국과 일본이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어떻게 취하는가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주장해 온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물론 일본과의 수교까지 불능화 진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셈. 이 밖에 2차 북핵 위기의 발단이 된 고농축우라늄(HEU)의 존재에 대한 진실 공방,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 알려진 경수로 제공 등 산적한 난제는 향후 6자회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영변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면?=일단 매달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약 750g이 생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초보적 단계의 핵무기 1, 2개를 만들 정도의 핵물질(약 1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의 핵 능력은 2003년 2월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면서 그 보유량이 약 50kg으로 급증했다.

1994년 동결(freeze)과도 상황은 다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당시에는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동결이 초점이었지만, 이번 핵시설 가동 중단은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준비단계”라고 말했다.

북한이 ‘가동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연내 불능화를 목표로 한 행동에 곧바로 착수할 것이기 때문에 ‘폐쇄(shut down)’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것.

하지만 이날 가동 중단으로 영변 핵시설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은 아니다. 불능화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스위치를 올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본격화할 북핵 줄다리기=북핵을 둘러싼 진짜 ‘게임’은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되는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불능화’에 대한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열리는 이번 6자회담은 북한이 핵시설 가동 중단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나쁜 분위기는 아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실제로 북한의 대미 창구인 김명길 주유엔 북한대표부 공사는 15일 “불능화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이 상응하는 행동을 (먼저) 취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며 ‘선제공격’을 했다.

한국 정부는 일단 “논의를 해볼 수는 있다”는 태도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불능화의 대가로) 물질적으로는 중유 95만 t이 제공되고 정치적으로는 관계 정상화를 위해 북-미 간에 협의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능화에 대한 합의는 6자 회담 참가국들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6자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면 불능화와 불능화를 가능케 하는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가 주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핵시설 폐쇄는 1단계 조치에 불과하며 향후 북한의 후속조치가 중요하다”고 말해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북한의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14일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은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에서 남조선(남한)에 자기의 핵무기가 없으며 핵 또는 상용무기로 조선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확언한 것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객관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13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 담화에 이어 연 이틀 주한미군의 ‘남한 내 핵무기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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