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연대… 박사모… 대선주자 팬클럽 들여다보니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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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개 그림 선물 받은 이 전 시장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이 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연극배우 전성환 씨에게서 자신의 사진과 시가 들어간 걸개 그림을 선물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전 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13명은 이날 이 전 시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걸개 그림 선물 받은 이 전 시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이 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연극배우 전성환 씨에게서 자신의 사진과 시가 들어간 걸개 그림을 선물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전 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13명은 이날 이 전 시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만세 삼창하는 박 전 대표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6일 광주시민회관에서 열린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특강을 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경선 승리를 다짐하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만세 삼창하는 박 전 대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6일 광주시민회관에서 열린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특강을 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경선 승리를 다짐하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정책토론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 주변. 청년 100여 명이 가로 3m, 세로 2m의 대형 태극

기 5개와 중형 태극기 70개를 들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 주변에서 흔들며 ‘이명박’을 연호했다. 그 옆에서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예술단’ 소속 20명이 풍물패를 구성해 사물놀이를 선보였다. 박사모 경호대 50여 명은 조직적인 원거리 경호도 펼쳤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는 ‘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MB연대’ 회원 1000여 명과 박사모 회원 500명이 세 대결을 벌였다.》

“李가 좋아, 朴이 좋아”로 시작은 했는데…

○‘신(新)정치문화의 씨앗인가, 정권 창출의 전위대인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기존 정치문화에 인터넷과 팬클럽을 접목한 신대중권력의 등장을 예고했다.

그로부터 5년. 인터넷 문화의 진보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노사모에서 한 발 나아간 새로운 형태의 정치인 팬클럽을 만들어냈다. ‘MB연대’(대표 박명환)와 ‘박사모’(대표 정광용)가 바로 그들이다.

두 팬클럽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좋아하는 중도 보수적 성향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했다. 지역주의와 구시대 정치 개혁이라는 정치적 어젠다에 집중했던 노사모와 달리 좋아하는 대선주자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각종 사회적 봉사활동에서부터 대선주자 현장 수행, 손수제작물(UCC) 제작 등에 치중한다.

박사모는 2004년 3월 현 대표 정광용 씨가 인터넷에서 ‘1인 카페’로 출범했다. 정 대표는 “2004년 4·15총선 때는 150명 정도의 회원이 눈물나게 뛰었는데 그 모습이 방송에 나간 뒤 회원이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박사모 회원은 약 4만9000명. 20, 30대는 주로 온라인에서, 40대 이상은 오프라인에서 움직인다고 한다. 지역별로 서울·경기, 계층별로는 30, 40대가 많으며 중앙본부 산하에 19개 시도지부와 11개의 해외지부가 있다고 한다.

MB연대는 ‘MB와 우리’ ‘MB 프렌즈’ 등 이 전 시장의 각종 팬클럽 회원 200여 명이 지난해 6월 이 전 시장의 서울시장 퇴임식을 계기로 모여 출발했다. 7월 초 현재 41개의 팬클럽(6만4000명)이 가입해 있다.

박명환 MB연대 대표는 “제주부터 경기 북부까지 전국 곳곳에 지부가 결성돼 있고 회원은 학생과 주부 회사원 등 다양한 계층과 지역에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정치연구회’ 소속의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정치라는 목표를 노 대통령을 통해 이뤄내기 위해 노 대통령을 지지한 노사모에 비해 MB연대나 박사모는 정치적 명분보다는 인물 자체에 대한 매력에서 지지를 하게 된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초선 K 의원은 “두 팬클럽이 순수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정치적 공방에 개입하는 등 마치 홍위병 같은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어떻게 활동하나

최근 인터넷에서는 MB연대가 만든 한 UCC가 화제가 됐다. 한나라당의 제1 무사 ‘명박검객’이 ‘무현방주’로 등장한 노 대통령을 제압하고 ‘청와궁’을 접수하는 내용. 현란한 그래픽과 사실적인 묘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 ‘꼭짓점 댄스’ ‘명빡이’ 같은 UCC도 히트를 쳤다.

MB연대는 또 이 전 시장의 8000억 원 재산설을 언급한 박근혜 캠프의 곽성문 의원에게 ‘곽성문표 맥주’와 ‘뻥이요’ 과자를 보냈다. 지난달 2일에는 회원들이 충남 청양군 청양읍 적누리에서 대선 D-200 맞이 농촌봉사활동을 벌였다.

박사모는 올 2월 박 전 대표의 생일 때 박사모 로스앤젤레스지부에서 보내온 방탄조끼를 선물했는가 하면 회원들이 손수 접은 1000마리 종이학 등도 선물했다. 정광용 대표는 “매주 지부별로 소외된 계층 봉사를 하고 있고 특히 수해나 재해가 나면 지역별로 ‘경보체제’를 운영한다”며 “이외에도 산악회, 축구회, 낚시회, 문학방, 예술단 등의 모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팬클럽은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공방에 깊이 개입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MB연대는 지난달 15일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박영선 송영길 김혁규 의원의 가면을 쓴 회원을 곤장으로 때리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두 팬클럽에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성명과 논평 발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두 팬클럽은 지금까지 수백 건의 논평과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근 당 검증위원회에 상대 대선주자에 대한 의혹을 검증해 달라며 수십 건의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자발적 정치참여 긍정적… 인물중심 포퓰리즘 경계”

■ 강원택 숭실대 교수

“자발적인 정치참여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인물 중심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를 우려도 있습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주자 팬클럽에 대해 “순기능이 더 많지만 일부 부작용도 예상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넷의 정치적 활용과 그 영향을 연구하는 정치학자들의 모임인 ‘인터넷정치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강 교수는 “과거의 정치인 지지 세력은 ‘돈과 조직’으로 동원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의 팬클럽은 자발적인 지지 모임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정당이 아닌 인물이 중심이어서 정당정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2002년 대선 당시 등장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팬클럽인 ‘MB연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은 탄생 배경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모의 경우 지역주의와 낡은 정치를 바꾸자는 정치적 명분에서 시작된 반면, MB연대나 박사모는 인물에 대한 호감이 그 출발점이라는 것.

강 교수는 “노사모가 새로운 정치라는 목표를 노 대통령을 통해 이뤄내기 위해 노 대통령을 지지했다면, MB연대나 박사모는 정치적 명분보다는 인물 자체에 대한 매력에서 지지하게 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손학규 ‘미소&손’ 등 6000명 가입

정동영 ‘정통들’ 회원 1만명 훌쩍

■ 범여권 주자 팬클럽

범여권 대선주자 중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상대적으로 팬클럽의 탄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을 하면서 각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팬클럽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미소 & 손’, ‘파워 손’, ‘손에 손 잡고’ 등의 팬클럽에 60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을 위주로 한 ‘손학규와 UCC’라는 팬클럽도 만들어졌다.

정 전 의장에게는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이라는 전국 조직의 팬클럽이 있다. 정통들은 지난달 회원이 1만 명을 넘어서 정 전 의장이 ‘만두(萬頭)’ 번개 모임(일시와 날짜를 정하지 않고 불시에 하는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통들은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의 팬클럽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출신의 이상호 씨가 제안해 올해 1월 출범했다.

이해찬 전 총리에게는 5월 인터넷 다음카페에 문을 연 ‘아이러브 이해찬’(회원 약 700명)이라는 팬클럽이 있고, 한명숙 전 총리에게는 ‘위한’(‘한명숙을 위하여’라는 뜻·회원 약 400명)이라는 팬클럽이 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희망천사’라는 전국 단위의 팬클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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