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2인의 심판

  • 입력 2007년 5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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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3일 대선후보 경선을 주도할 ‘경선관리위원회’와 후보 검증을 담당할 ‘국민검증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8월 21일 이전’에 대선후보를 뽑기로 한 당헌에 따라 3개월간의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경선관리위원장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국민검증위원장에는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이 임명됐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당의 검증이 공정하게 진행되면 당 화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당에서 알아서 잘할 만한 분들을 선택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본보는 경선과 후보 검증을 주도하게 될 두 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각오와 계획을 들어 봤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장 “결정 수용 다짐받을것”▼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빨리 만나 경선관리위원회의 모든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을 먼저 받고 일을 시작하겠다.”

박관용(사진) 경선관리위원장은 2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두 후보에게 엄정중립 원칙을 지킬 테니 (경선관리위의) 결정에 수긍하는 자세를 가져 달라고 할 것”이라며 “경선관리위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검증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민검증위에서 할 일”이라면서도 “최종 후보를 뽑는 과정까지 가장 어려운 고비는 검증 과정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당내 검증은 본선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사생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검증 과정의 갈등은) 결국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경선관리위 운영에 대해 “국민 지지율 1, 2위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을 무난히 해결할 수 있는 ‘무기’는 엄정중립의 위치에서 공정성을 생명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뿐”이라며 “앞으로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어려울수록 정도(正道)를 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선후보들도 경선이 끝이 아니라 대선에서 다시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경선 과정에서 민심을 얻지 못하고 국민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면 대선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활동을 시작하면 먼저 후보등록을 받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문제는 자문기구인 전문가위원회에서 깊이 있게 논의한 뒤 세부규칙을 마련해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5일경 위원회 첫 모임을 갖고 운영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한편 경선관리위 부위원장에는 박진 의원, 간사에는 이종구 의원이 임명됐다. 위원에는 정진섭 최구식 의원, 손석호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임명제 전 중앙선관위 법제실장, 유석춘 참정치운동본부장, 김도종 이병혜 명지대 교수, 이은재 건국대 교수, 이은경 산지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손승태 전 감사원 사무차장이 위촉됐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안강민 국민검증위원장 “백지상태서 진실 규명”▼

“완전히 중립에 서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안강민(사진) 국민검증위원장은 23일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검증위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이냐’라는 질문에 “현재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솔직히 (검증위 향후 운영에 대해선) 백지상태다. 앞으로 당 사람들을 만나 협의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완전히 중립에 서서 진실을 다 밝혀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장 성실하게 진실을 밝혀내 당에 그 내용을 넘겨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 판단은 당원과 국민이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주자 ‘빅2’ 진영의 검증 공방에 대해 “솔직히 관심을 갖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며 “두 사람 중 누구든 잘돼서 나라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랄 뿐이다. 사람 골병드는 일이라서 큰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와 인연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1995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지휘하면서 ‘국민 검사’ ‘인기 순위도 1위 검사’로 대중적 인기까지 누리기도 했다.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대검 감찰부장 등을 거쳐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을 지냈다. 1999년 동기인 박순용 씨가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후진을 위해서”라며 사퇴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검증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됐다. 당내 인사는 간사인 이주호 의원이 유일하다. 위원인 강훈 변호사, 유재천 한림대 특임교수, 정옥임 선문대 교수, 인명진 목사, 보광 스님, 노승대 전 감사원 사무차장, 김봉헌 전 국세심판소장 등은 외부 인사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분을 실명으로 먼저 밝히고 소명자료를 첨부한 것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조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후보 검증 시한은 검증위가 자율로 결정할 수 있지만 7월 중순경으로 예상되는 후보 순회 연설 직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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