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검증공방속 '냉랭한' 만남

  • 입력 2007년 2월 22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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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내 '검증 공방'의 파고가 드높은 가운데 공방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총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동일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달 24일 당 상임고문단 주최로 열린 오찬간담회 이후 근 한 달만이다. 또 9일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였던 정인봉 변호사가 이 전 시장에 대한 도덕성 검증 발언으로 양측간 공방이 촉발된 뒤 첫 만남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측이 '도덕성 검증 폭로'의 배후에 박 전 대표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고, 박 전 대표 측은 폭로내용에 대해 "이 전 시장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 듯 두 사람은 이날 시종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행사 시작 전 미리 도착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가 연단으로 올라오자 "수고가 많죠. 저랑도 악수를 하시죠"라고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박 전 대표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축사 도중 이 전 시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네는 등 행사 초반에는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뒤늦게 도착, 이 전 시장의 오른편에 앉은 순간부터 이-박 두 사람 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내 사라졌다.

연단 중앙을 기준으로 오른편으로 정동수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 순으로 차례로 앉은 상태에서 '정-박', '이-손'으로 명확히 '친교 집단'이 갈린 것.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오른편에 앉은 손 전 지사와는 손을 맞잡고 수시로 귀엣말을 하는 등 다정한 모습이었지만 박 전 대표 쪽으로는 좀처럼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박 전 대표 역시 자신의 왼쪽에 앉은 정 의장과는 웃음을 띠며 얘기를 나눴지만 오른편의 이 전 시장과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축사 과정에서도 이런 기류는 이어졌다. 박 전 대표는 연설대로 향하면서 이 전시장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 때와는 달리 손 전 지사가 축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올 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등 차이를 보였다.

행사가 끝난 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뭐 이런 데서 이렇게 얘기할 만한 중대한 얘기가 아닌데…"라면서 "당내 얘기는 안했어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 전 시장은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가) 외국 갔다왔으니까 화기애애한 이야기했지…"라고 말하고 '검증 공방'으로 당이 시끄러운 데 대해서는 "지금 당이 잘하고 있다. 후보들끼리 앞으로 잘 화합할 것이고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중앙정부는 줄이고 지방정부는 키워 국가경쟁력의 기초부터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 전 시장은 "광화문 횡단보도 하나 긋는데 2년이 걸렸다"며 서울시장 당시의 경험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손 전 지사는 "이 정부에서 균형 발전은 퇴보해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더 늘어나고 지방분권은 완전히 후퇴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지자체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를 폐지하고 공천을 둘러싼 갈등에서 벗어나도록 줄세우기 정치를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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