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검증 후유증… 경준위 공정성 논란

  • 입력 2007년 2월 16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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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이에 벌어진 '검증논란'으로 인해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로부터 넘겨받은 일명 '이명박 X 파일'에 대해 "검토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검증공방 과정에서 쉽게 아물기 힘든 '생채기'를 입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확전을 피하려는 듯 외견상 강경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속으로는 감정을 삭이면서 경계와 견제, 의심과 의혹의 눈길을 거둬내지 못하고 있어 두 캠프 사이에는 당분간 한랭전선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이 전 시장 측에선 '박근혜 책임론'이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오히려 이 전 시장 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인봉 검증' 논란이 끝이 아닌 새로운 논란의 시작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의 당사자격인 정 변호사도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라며 한번 빼든 칼을 쉽사리 접지 않겠다는 태도다.

당장 박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변호사의 돌출행동이 캠프와 무관하다는 게 분명해진 것 아니냐"면서 "'조직적 배후설'을 제기한 정두언 주호영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의를 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특히 "경선준비위가 검증기구를 만든다고 하더니 캠프 대리인만 빼고 자기네가 후닥닥 검증했는데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그분들이 과연 검증할 자격이 있는지, 객관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경선준비위가 너무 경솔했다고 본다"며 경선준비위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도대체 검증기준이 뭐냐"면서 "정 변호사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작년 재보선 때는) 공천까지 반납했는데 그런 기준이라면 이 전 시장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의원은 "이번 건 처럼 명백하게 드러난 사안에 대해 검증위가 나서지 않은 것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영입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외견상 일단 담담한 반응을 보이며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캠프 분위기가 차분하다. 앞으로 이런 것에 휩쓸리지 않고 정책으로 승부를 겨룰 생각"이라고 말했고, 박형준 의원은 "'전투모드'에서 '화해모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내 한 의원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분명 박 전 대표의 책임도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식의 네거티브를 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이 제기하고 있는 경선준비위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 박형준 의원은 "지금까지 가만 있다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일축했다.

당 지도부는 두 주자의 '갈등'을 조기에 치유하지 않으면 향후 유사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정말로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후유증 수습에 부산한 모습이다.

경선준비위 부위원장인 맹형규 의원은 "검증 문제는 후보 혹은 캠프 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가서는 절대 안된다. 당이 중심을 잡고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안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이 문제로 당내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각 캠프에서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번 설에 대선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한나라당 분열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올 텐데 우리는 절대 분열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이)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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