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전진의 걸림돌”…與창당주역 천정배 탈당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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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파는 토론회… 千의원은 탈당선언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오른쪽 사진)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굳은 표정으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사수를 주장하는 당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 마당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원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앞 좌석에 앉은 사람보다 뒤쪽에 선 사람이 많았다. 이종승  기자
사수파는 토론회… 千의원은 탈당선언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오른쪽 사진)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굳은 표정으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사수를 주장하는 당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 마당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원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앞 좌석에 앉은 사람보다 뒤쪽에 선 사람이 많았다. 이종승 기자
28일 ‘열린우리당호(號)’에서 내린 천정배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 신기남 의원과 함께 ‘천신정’ 트리오로 불렸던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다. 원내대표도 지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등 노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고 노 대통령은 그를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탈당 선언은 이미 탈당한 의원들에 비해 열린우리당에 던지는 충격의 강도가 다르다.

▽또 누가?=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 자체가 민생개혁세력 전진의 걸림돌이 되고있다. 창조적으로 해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틀을 깨지 않고는 당 밖의 반(反)한나라당 세력을 묶어낼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좀 더 자유로운 위치에서 당내 인사는 물론 당 밖의 반한나라당 세력들과 접촉하며 신당의 토대를 구축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 인사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가칭 ‘창조한국 미래구상’ 관계자들도 주요접촉 대상이라고 측근은 전했다.

그러나 언제 누구와 어떻게 통합신당을 만들어 갈지에 대한 밑그림을 정교하게 만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탈당해야 그 다음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라는 것.

당 밖의 세력과 통합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분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명분이 약한 데다 탈당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런 고민 때문에 천 의원의 상황 인식에 동의하는 사람도 선뜻 일사불란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천 의원과 가까운 제종길 의원은 “이대로는 통합신당이 힘들 것 같다는 천 의원의 인식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가까운 분이 탈당했으니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고, 정성호 의원은 “기본적으로 천 의원의 문제 인식에 공감한다. 오죽하면 창당 주역이자 원내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탈당을 선택하겠느냐. 여러 분과 상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도 “변화가 중요하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나 태도를 정한 것은 아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제주 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은 철저한 자기부정과 자기반성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천 의원에 대해서는 “결국 대통합의 길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9일 중앙위원회가 1차 고비=김 원내대표 측은 “중앙위 결과를 보자. 전당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중앙위에서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고 기초당원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는지 지켜본 뒤 행동 여부를 결정하자는 얘기다. 통합신당파 대부분의 생각이기도 하다.

당 사수파에서도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경우 자칫 신당파에 탈당 명분만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수파인 김태년 의원은 이날 참여정치연대(참정연) 총회에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일단 절반이 나가고, 결국은 대다수가 탈당할 것”이라며 기간당원제 폐지안을 수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를 통과할 것으로 낙관하는 모습이다. 현재 중앙위원 64명 가운데 당헌 개정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위원은 최대 10여 명인 것으로 당 지도부는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64명 중 3분의 2인 43명의 찬성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광재, 천정배 맹비난=탈당한 천 의원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친노(親盧) 직계인 이광재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 의원이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당의 지지율이 그렇게 떨어졌는데 이제 와서 탈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천 의원은 인간적, 정치적 도리로 보아 29일 중앙위를 위해 중앙위원들을 설득해야 할 사람”이라며 “전당대회 합의를 통해 대통합신당으로 새로 태어나려는 이때 탈당은 정치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원내대표까지 지낸 정치 지도자가 개별 탈당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묻고 싶다”며 유감을 표시했고, 신당파인 김성곤 의원은 “천 의원처럼 당에서 개혁을 주도한다고 했던 사람이 또 개혁을 하겠다고 당을 먼저 나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천 의원 탈당에 대해) 말씀한 것은 들은 바 없다”며 “비서실장이 정치인의 결정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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