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정파 관계없이 “한미관계 비정상” 진단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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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관계자, 외교안보 싱크탱크 연구위원, 대학교수 등으로 이뤄진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심층 면담하러 간 시기는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다. 지난해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1718호)에 얼마나 동참할 것인지 대북(對北)제재 범위를 놓고 한미 간의 이견이 표출되던 때였다. 10월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양국은 공동으로 행사해 온 전시작전통제권을 “2009년 10월부터 2012년 3월 사이에 한국에 이양한다”는 데 합의했다. 》

북핵 위기 속에서 양국이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로 이어질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미동맹의 균열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갔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육성을 확인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 적나라하게 반영된 미국의 ‘배신감’

보고서는 당시 방미 목적을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진단과 전망 △SCM 이후 한미동맹의 진단과 전망 △미국 중간선거 이후 대북정책 및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으로 명시했다.

보고서에 등장한 미국의 전문가들은 보수·진보, 친(親)공화당·친민주당 등 정치적 견해와 이념적 지향에 관계없이 거의 한목소리로 한미동맹을 ‘비정상적’인 관계로 진단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핵실험 후 한국정부가 미국과 절박성을 공유하지 않은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안보 현안에 대해 초당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 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주요 인사들도 “핵실험 전에는 북한이 잘하도록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핵실험 후에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포용정책 지속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워싱턴 분위기를 전했다.

○ 한반도 전문가들의 영향력?

이 보고서에 등장하는 한반도 전문가 24명 가운데는 현재 워싱턴에 있는 30∼50명의 한반도통 가운데 경력, 활동 면에서 손꼽히는 인사가 다수 들어 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는 6·25 정전 직후인 1953년 미 육군 중위로 한국에서 근무했다. 1970년대 워싱턴포스트 도쿄(東京) 특파원으로 한국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개의 코리아’를 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대사는 2001년 9월∼2004년 4월 서울에서 근무해 최근 몇 년 사이 악화일로를 걸어 온 한미관계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안다. 특히 2002년 12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두 명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한국 내 반미감정의 폭발과 한미관계의 급속한 궤도 이탈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증인이다.

2002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올해 봄 학기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미관계와 한-미-일 삼각외교를 강의한다. 그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7년간 한국에서 근무했다.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추궁하러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함께 방북했고, 6자회담에도 미국 대표로 나섰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미사일 협상을 주도했으며, 찰스 프리처드 전 미 국무부 대북협상 특별대사도 북한과의 대화에 직접 관여했다.

이들 한반도 전문가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학술행사 등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 상호 정보를 공유하면서 미국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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