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속에서 양국이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로 이어질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미동맹의 균열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갔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육성을 확인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 적나라하게 반영된 미국의 ‘배신감’
보고서는 당시 방미 목적을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진단과 전망 △SCM 이후 한미동맹의 진단과 전망 △미국 중간선거 이후 대북정책 및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으로 명시했다.
보고서에 등장한 미국의 전문가들은 보수·진보, 친(親)공화당·친민주당 등 정치적 견해와 이념적 지향에 관계없이 거의 한목소리로 한미동맹을 ‘비정상적’인 관계로 진단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핵실험 후 한국정부가 미국과 절박성을 공유하지 않은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안보 현안에 대해 초당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 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주요 인사들도 “핵실험 전에는 북한이 잘하도록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핵실험 후에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포용정책 지속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워싱턴 분위기를 전했다.
이 보고서에 등장하는 한반도 전문가 24명 가운데는 현재 워싱턴에 있는 30∼50명의 한반도통 가운데 경력, 활동 면에서 손꼽히는 인사가 다수 들어 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는 6·25 정전 직후인 1953년 미 육군 중위로 한국에서 근무했다. 1970년대 워싱턴포스트 도쿄(東京) 특파원으로 한국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개의 코리아’를 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대사는 2001년 9월∼2004년 4월 서울에서 근무해 최근 몇 년 사이 악화일로를 걸어 온 한미관계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안다. 특히 2002년 12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두 명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한국 내 반미감정의 폭발과 한미관계의 급속한 궤도 이탈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증인이다.
2002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올해 봄 학기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미관계와 한-미-일 삼각외교를 강의한다. 그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7년간 한국에서 근무했다.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추궁하러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함께 방북했고, 6자회담에도 미국 대표로 나섰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미사일 협상을 주도했으며, 찰스 프리처드 전 미 국무부 대북협상 특별대사도 북한과의 대화에 직접 관여했다.
이들 한반도 전문가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학술행사 등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 상호 정보를 공유하면서 미국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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