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신당파 “개헌론에 좌초될라” 위기감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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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과 개헌은 별개”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파 의원들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향후 진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당적 정리를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며 사실상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김동주  기자
“신당과 개헌은 별개”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파 의원들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향후 진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당적 정리를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며 사실상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김동주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개헌 카드’의 동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은 여전히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참모들을 TV토론에 출연시켜 홍보전에 나서는 등 개헌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통합신당 추진파가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며 개헌 추진에 반기를 드는 등 복잡한 기류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철저한 ‘개헌 논의 무시’ 전략이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재집권 음모 대응기구’ 발족을 추진하는 한편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야당이 개헌을 찬성하면 탈당을 검토할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11일 발언이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추진 대오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당 지도부는 12일 당내 개헌 논의를 이끌어 갈 ‘개헌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통합신당 추진을 지지하는 당내 4개 의원모임은 사실상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김근태 의장 및 정동영 전 의장 등 지도부와 신당 추진 의원모임들은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신당 추진에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그러나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동상이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당파 4개 의원모임이 개헌 성사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것은 실제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이들 모임의 일부 의원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통합신당 논의가 좌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전제가 붙긴 했지만 노 대통령이 탈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의 심정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 길’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이날 “통합과 개헌은 별개”라면서도 “개헌은 민생 및 민심의 회복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추진에 필수인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개헌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신당파 모임은 통합신당 추진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대통합 신당추진 의원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전 의원은 “통합신당파 서명에 동참한 의원 80여 명을 중심으로 당내 모임으로 출발하지만 이후 당 밖의 인사도 참여하는 모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나 고건 전 총리, 나아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도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 의원은 “2·14 전당대회는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국민대통합 신당을 결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당 해체를 의제로 삼도록 압박하고, 전당대회가 자신들의 뜻대로 안 될 때엔 독자 행보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12일 신당파 모임에는 이미 탈당 의사를 밝힌 염동연 의원도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염 의원은 이에 앞서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탈당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염 의원이 선도 탈당해서 나중에 의원협의회와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지도부는 개헌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당내 ‘개헌 특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10일 “개헌과 통합은 별개”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하던 지도부가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회동 이후 개헌을 적극 뒷받침하고 나선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당 일각에서는 오찬회동에서 김 의장 등 지도부가 탈당에 관해 모종의 신호를 받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있다.

한편 친노(親盧) 그룹 중심의 당 사수파는 “신당파가 대통령의 탈당만을 반기고 있다”며 못마땅해했다. 김형주 의원은 “노 대통령이 어제 ‘통합신당이든 뭐든 당의 정체성을 지켜 달라’고 한 것은 개헌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다른 표현”이라며 통합신당 지지의 뜻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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