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춘궁기 때 식량부족으로 대량 탈북 사태 일어날수도"

  • 입력 2007년 1월 12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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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북한 주민들의 탈 이데올로기 경향은 점점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생활 속에서 장군님이니 강성대국이니 하는 말은 이미 거의 사라졌다. 사상학습은 점점 요식행위로 되는 반면 주민들의 의식은 나날이 자본주의적으로 변해간다. 오랜 경제난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전기가 없어 TV 시청이 힘들다보니 뉴스나 정치사상 프로그램은 접하기 어렵다. 신문도 기차가 잘 다니지 않아 열흘 씩 늦게 도착하는 지역이 많다. 이마저도 종이사정으로 발행부수가 제한돼 중간급 이상 간부가 아니면 접하기 힘들다.

간부들 역시 먹고살기에 바빠 사상교육에 관심을 잃은 지 오래됐다. 그러나 이것이 주민 통제의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민 통제는 바로 간부들의 명줄이다. 통제를 강화해 규율을 어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곧 뇌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간부들은 걸핏하면 충성심을 내세운 '공사판'을 벌이는가 하면 걸핏하면 이런 저런 잘못을 단속해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한다.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아무 힘이 없는 주민들이다.

북한 중급 간부인 최영남(가명·46)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10년 전에는 국가에서 배급을 못 주니 직장에 안 나와도 사정을 봐주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배급도 안주면서 통제는 점점 더 엄격해진다. 사회가 철면피해지고 뻔뻔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현실은 가진 자에게는 편하다. 죄를 지어도 뇌물로 무마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는다. 권력자들에게 반항하는 사례들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 8월 한 탈북자가 북한에 들어가 찍은 동영상에는 주민들이 보안원(경찰)에게 집단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해 11월에는 함북 회령에서는 시장을 불법 폐쇄하려는 당국에 맞서 상인들이 집단 항의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쌓여온 분노가 집단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발생적이 아닌 조직적 행동으로 번질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봄 춘궁기 때 식량부족으로 인해 대량 탈북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1990년대 중반까지 북한은 탈북을 엄격히 처벌했지만 탈북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탈북하다 잡혀 와도 몇 달만 강제노동을 시킨다. 일상이 돼버린 탈북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확 낮아졌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이후 체제의 긴장이 다시 강화되기 시작했다. 탈북을 시도하면 3년 동안 교화소에 보낸다. 말이 3년이지 이 기간동안 굶주리며 교화소에서 버텨내기는 매우 힘들다.

생존을 위협받는 절박한 동기가 북한주민들에게 엄습할 때 대량 탈북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년 간 배급 없이 단련된 주민들이 기근이 몰아닥친 1990년대처럼 갑자기 굶주림으로 인한 떼죽음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북한 소식통들은 전한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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