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군사불균형 아니라는 주장이 제정신인가”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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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남재준(62·사진) 예비역 대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안보관과 안보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쓴소리를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과거 군 수뇌부 비판에 반발해 26일 재향군인회관에서 열린 역대 군 수뇌부 긴급회동에 참석한 뒤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심경을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 육참총장에 임명돼 지난해 4월 퇴임한 뒤 대외 활동을 자제해 온 남 전 총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2004년 육군 장성 진급 비리의혹 사건 때 군 검찰의 수사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던 그는 ‘청렴하고 강직한 군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 정부에서 육참총장을 지낸 예비역으로 오늘 모임에 참석하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군인은 조국을 위해 충성하고 신명을 바치는 것이지, 특정 정당이나 정부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런 소신으로 평생을 군에 바쳤다.”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한 역대 군 수뇌부들을 강력히 비판했는데….

“둘이 합쳤을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내용이다.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체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전시작전권 환수에 합의한 만큼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자유시장경제와 평화번영을 구가하는 조국을 물려주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권 핵심부에선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체제 생존을 위한 방편이고, 남북한 군사력 균형에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엄청난 반발과 모험을 감수하고 핵을 개발한 이유가 무엇이겠나. 핵의 엄청난 정치적 군사적 위력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상황에선 남북간 군사력 균형은 깨졌다.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본다.”

―남북한 경제력과 국방 예산을 비교할 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이 선군정치에 바탕을 둔 공산주의 자급 경제체제라는 사실을 외면한 채 남북한 국방 예산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은 남한의 10분의 1의 예산만으로도 막대한 재래식 전력을 유지할 수 있고, 핵까지 개발했다. 게다가 북한의 군사비는 빙산의 일각이다.”

―북한이 보유한 재래식 전력도 남한보다 낙후돼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대표적인 오해다. 북한이 보유한 무기는 모델이 낡았다는 것이지 장비가 낡았다는 게 아니다. 우리 군이 보유한 첨단장비의 핵심부품은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고 유사시 수리할 수 있는 부속이 없다면 고철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야포와 전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기를 수리할 부속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반대한 과거 군 수뇌부가 ‘직무유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모든 게 부족했던 그 시절, 우리의 선배들은 후손들에게 강하고 자랑스러운 조국을 물려주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역대 軍수뇌 성명 요지

헌법 제66조 2항에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고, 제5조 2항에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돼 있다. 노 대통령은 국민과 국군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복무기간 단축 문제는 군 인력 수급의 어려움과 군 전투력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 사안이다. 대통령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의 공격 대상은 누가 봐도 남한 국민뿐이다.

대통령은 옛날 국방장관들이 직무유기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발전하기까지 그 주역은 6·25전쟁에서 사선을 넘어 조국을 지키는 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군 원로들이었다.

우리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에 반대한 데 대해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했다. 이는 한미연합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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