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었던 마음 확 풀려”…盧대통령 하루만에 다른 표정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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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9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전남 무안의 목포대에서 개최한 ‘누리사업(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뒤 나오다가 모여든 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무안=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전남 무안의 목포대에서 개최한 ‘누리사업(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뒤 나오다가 모여든 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무안=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전남 무안군을 찾아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전날 임기 단축과 당적 포기를 시사한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빚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고히 하겠다”며 ‘호남 민심’을 의식한 발언을 쏟아내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어떤 분들은 대통령이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 사업도 대강 마무리될 것 아니냐는 의문과 불안을 가질 텐데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며 “좀 굳어 있던 마음이 확 풀릴 만큼 아주 편안하게 나를 맞아줬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임기 발언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굳었던 마음이 풀린 이유는=호남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여권 정계개편의 열쇠를 쥔 곳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그런 지역적 상징성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 국가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며 “DJ가 이룬 제도적 혁신 위에서 질적 혁신을 더 쌓아 가자는 것이 참여정부의 전략”이라며 정권의 연속성을 부각했다.

이 지역 숙원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경제적 타당성을 지적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래적 관점에서 고속철도 건설을 결정했다”며 “정치는 50, 100년을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전날 임기 발언에 대한 야당의 신중한 반응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한다. 연일 대통령을 공격하던 한나라당이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낮춘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임기 발언으로 야당을 움찔하게 만들어 정국의 주도권을 찾았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비판은 여전하다=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불과 하루 만에 급변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바람직한 국정 책임자의 태도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야당 등의 비협조 또는 횡포 때문에 ‘임기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는 대통령의 논리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태와 관련해 야당이 임명동의안 처리를 불법으로 막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위헌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당사자는 청와대였다. 노 대통령이 사법시험 동기생인 전효숙 카드를 고집하다 보니 절차적 위헌 시비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헌재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우윤근 의원은 이날 “최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내각이나 대통령궁에 친구를 부르지 말라’고 했다”며 청와대의 인사시스템 전면 개편을 주장하기도 했다.

야당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영어로 야당은 ‘반대당(Opposition Party)’”이라고 말했다.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야가 서로 주고받는 협상을 대원칙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은 의원 시절 국회에 나온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명패를 던진 사람인데 야당의 부당한 횡포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당의 비협조도 문제 삼고 있지만 이 또한 그동안 노 대통령이 주장한 ‘당-청 분리’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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